중세→근대 이행기 사회 변화상 조명

움베르토 에코 '중세', 15세기 다룬 4권으로 완간

중세→근대 이행기 사회 변화상 조명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탈리아 학자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기획한 '중세'가 1400년부터 1500년까지 100년간 역사를 다룬 4권으로 완간됐다.

'중세'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근대가 시작될 무렵인 1500년까지 유럽을 무대로 펼쳐진 정치·사회 변화상과 철학·과학·문학·시각예술·음악 분야에서 벌어진 사건을 백과사전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번역본은 2015년 1권과 2권이 출간됐고, 2016년 3권이 나왔다. 모두 분량이 1천 쪽 안팎인 방대한 저작이다.

저자들은 '중세' 4권이 분석한 15세기를 탐험, 무역, 유토피아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 시기에는 상업과 무역이 발전하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이 확장했고, 미지의 땅을 향한 갈망도 있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횡단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은 때도 1492년이었다.

아울러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책을 인쇄하고, 원근법을 발명해 공간과 신체를 과학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정치사 측면에서는 서로마제국에서 떨어져 나온 비잔틴제국이 1453년 오스만제국에 함락됐다. 그해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전쟁도 막을 내렸다.

집필자 중 한 명인 라우라 바를레타는 역사 부문 서문에서 비잔틴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 몰락에 대해 "중세가 열망했던 이데올로기 모델, 즉 고대 후기부터 전해진 제국과 교회를 하나로 묶어 보편적으로 바라보려는 모델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권력 집중, 궁정 발전, 행정기구와 외교 조직 발전, 봉건제 정치 공간 축소가 특징인 근대 국가가 태동하고, 이와 맞물려 부유한 상인, 기술자, 관료로 구성된 계층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바를레타는 "중앙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는 모든 것을 억압하여 마침내 위대한 근대가 시작됐다"며 "근대 국가의 탄생은 정말이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결론짓는다.

김효정·주효숙 옮김. 시공사. 960쪽. 8만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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