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아파트에 사는 김 모(32) 씨는 밤이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담배냄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내가 임신하면서 담배냄새에 더욱 예민해진 김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관리사무소는 몇번의 안내방송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입구 등에 ‘흡연금지’ 경고문을 부착했다. 하지만 안내방송 직후에만 잠시 담배냄새가 줄 뿐, 조금 후 아파트 곳곳에서는 다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김 씨는 마땅한 해결방법도 없고 담배냄새만 맡으면 머리만 아프다. 김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지난해 2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됐지만, 아파트 곳곳에서 담배를 태우는(?) 입주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지 반년이 넘었지만, 실효성 없는 무늬뿐인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시·군·구청장이 지정한 공동주택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경우 1차 5만원, 2차 5만원, 3차 5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정부는 금연아파트에서 흡연을 적발할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과 마찬가지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했으나, 법제처는 ‘자율규제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 과태료를 5만원으로 낮춰 입법했다.

흡연에 대한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금연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자율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지자체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3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지역에는 흥덕구 5개소, 청원구 7개소, 상당구 2개소 등 14곳이 ‘금연아파트’로 지정돼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최근까지 금연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시민들이 담배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금연아파트는 아파트 입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 담당 보건소에 신청해야 지정이 가능하다”며 “입주자의 동의로 지정된 금연아파트를 방문해, 흡연현장을 직접 단속·적발하기도 어렵고 강제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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