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한국전력 충북본부 인턴사원

위 세 단어는 한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부정적 이미지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믿음을 주지 않으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16년에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하며 국민편익을 향상시킨 사례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기 쉬운법. 나 역시도 부정적인 세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었고, 그렇게 적진의 한 가운데서 나의 인턴생활은 시작됐다.

충북지역본부로 부서배치를 받고 인턴생활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한 선배님과 봉사활동을 경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인턴으로서 가능한 한 모든 일에 참여해보는 것과 한전이 어떤 기업인지 알아보는 것이 나의 주된 목표였기에 선뜻 따라나섰다. 또 한전이 정말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기업'인지 의문이 풀릴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잠시 후 '한국전력'이라고 크게 새겨진 주황색 조끼를 입고, 한전 봉사단차에 올랐다. 그렇게 달린지 십여분 지났을까. 어느 덧 목적지로 보이는 연립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차를 하고 보니, 이미 다른 지사에서 오신 선배님 두 분께서 먼저 도착해 계셨다. 봉사 인원이 모두 도착하자 준비해온 쌀, 두유, 라면 등의 부식품을 들고,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계실 어르신 댁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치 동굴 속에 온 것처럼 어두침침했다. 거실등은 이미 전구가 나가 켜지지 않았고, 화장실 등은 습기에 의한 곰팡이 때문에 빛이 흐릿했다. 또 각 방의 전등 역시 스위치 고장으로 인해, 전등을 켜고 끌 때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우리는 한전이었다. 배전담당 선배님과 협력업체 과장님께서 신속하게 움직이기를 두 시간. 노후화된 전등을 최신 LED로 바꾸고 첫 스위치를 올렸을 때, 모든 이의 입에서 짤막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머리 위에는 태양보다 밝은 빛이 방안을 밝히고 있었고, 어르신의 얼굴에는 이보다 환한 미소가 한 가득 머금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옥산면, 수곡동, 봉명동, 운천동을 돌며,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어르신 다섯 분을 더 찾아뵙고 회사로 복귀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 덧 8시간이 흘러있었고, 하늘위에 쨍쨍했던 해는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긴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비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해는 지더라도, 우리가 설치한 빛은 더욱 환히 빛날 것이고 그 분들이 느끼는 행복은 더욱 더 커지리라. 이렇게 보니 한국전력이 왜 '세상에 빛을, 이웃에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늘 본 그 빛은 한전이 국민에게 주는 사랑이었고,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은 한전이 받은 소중한 선물이었던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어두컴컴한 도로에 환히 켜지는 가로등이 보였다. 뒤이어 수많은 네온사인에도 불이 들어왔고, 그 아래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빛의 감사함. 그 감사함과 오늘의 뿌듯했던 기억을 껴안고, 다시 한전을 바라보았다. 물론 국민이 주시는 관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리라. 하지만 오늘 내가 느낀 한전은 불청과 불신, 불통으로 이루어진 기업만은 아니었다. 국민과 소통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봉사대원 하나하나가 진심을 담아 봉사에 임하고 있었다. 더불어 내 가슴속의 세 단어도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빛, 사랑, 이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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