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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호국영령들의 수호천사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7월 04일 수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7월 03일 18시 03분
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영면하고 계신 대전현충원에는 베일에 쌓인 수호천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수년째 여러 호국영령들을 정성껏 돌보는 무명(無名)의 가정주부다. 그가 대전현충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故) 오충현 공군대령 때문인 것 같다. 그는 2010년 3월 2일 비행사고로 순직한 오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책 ‘하늘에 새긴 영원한 사랑, 조국’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2015년 그는 오 대령 묘지에 '기억합니다. 애독자 가정주부 2015.5.15'라는 글귀가 새겨진 돌화병 2개를 선물했다. 2016년에는 오 대령의 묘지 옆에 돌비석을 세웠지만 대전현충원 내규에 따라 철거되었다. 그러자 2017년 2월 그는 돌비석에 새겼던 추모 글을 액자로 만든 후, 오 대령 묘지에다 헌정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 대령에 관한 책을 통해 국가 재산인 전투기를 소중하게 다루고 전투기가 추락할 경우, 자신보다 국민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빨간마후라들의 숭고한 비행정신에 감명을 받은 듯 했다. 그 때문인지 그는 다른 순직 공군조종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2011년 6월 21일 비행사고로 순직한 이민우 중위(공사 59기)에게 돌화병 1개를 선물했다. 거기에는 '활짝 피우지 못하고 떨어진 꽃봉오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 벽돌 한 장 쌓아올린 일 없습니다. 2017.6.13 시청자: 국민으로서 많은 부채를 진 가정주부'라고 썼다.

또 2006년 5월 5일 어린이날 축하 에어쇼 도중 기체결함으로 순직한 고 김도현 소령(공사 44기)에게도 눈길을 주었다. 김 소령은 관람석으로 항공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살신성인의 빨간마후라였다. 그는 김 소령에게 돌화병 1개를 선사했다. '창공의 예술가! 대의멸친하신 그 뜻이 헛되지 않게,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2017.10.23'라는 글과 함께. 권율정 대전현충원장에 따르면 그는 올해 고교생이 되는 김 소령의 장남 건우군에게 교복구입비까지 보내줬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는 고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약 50여명의 호국영령들께도 돌화병을 1개씩 헌정해왔다. 약 4~5㎏의 돌화병을 나르는 일도 여성의 몸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 대령의 추모 글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파랑새처럼 긴 세월을 기다려 천둥번개 치는 운명같이 고 오충현 대령님으로부터 삶의 원동력, 삶의 에너지, 삶의 윤활유, 인생특허권은 곧 삶의 질이 부메랑이 돌아왔습니다. …대전현충원으로 향하는 발길은 정신세계로 초대받은 느낌, 심심산골에 숨어사는 학자를 뵈러오는 기분입니다." 그것을 보면 그의 대전현충원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돌화병을 선물 받은 유족들은 그의 존재를 궁금해 한다. 호국영령들도 천상에서 그를 굽어보며 "내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흐뭇하게 생각하실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 맑은 영혼을 지닌 그 수호천사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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