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김주엽 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 선임연구원

필자는 연구소에서 영상 인식용 하드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영상 속 객체의 이름과 위치를 인식 결과로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다. 기계가 스스로 자기 앞의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고 위치를 확인하는 일은 더 이상 새로운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방식이나 형태와 다른 기술적 변화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도구의 개발을 통해 일의 효율성을 꾀하는 주체다. 이러한 본능적 요구를 해소할 해답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바람은 인공신경망 기반의 딥 러닝 기술에서 시작됐다. 지난 수십 년간 경쟁해 왔던 온갖 패턴 인식 기술을 밀어내는 월등함을 뽐내면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더욱이 오픈소스 형태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발표 되면서 성능 좋은 그래픽 카드와 학습용 데이터 세트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관련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써먹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휴대용 또는 모바일 기기 등에서는 과도한 연산 량으로 전력 소모가 심해 동작 속도가 늦어 제한적 수준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현재의 음성 기반 검색 서비스, 영상 인식 서비스는 단말기의 자체 연산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데이터센터에 탑재 되어 있는 고성능 하드웨어 자원들이 사용자로부터 전달 받은 음성, 영상 데이터를 처리한 후 그 결과를 사용자 단말기에 되돌려 주는 체계로 돌아간다. 이마저도 사용자의 서비스 요구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미래의 인공지능 시대는 개개의 디바이스들이 자체 연산 능력으로 자기 제어와 사용자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과 기계들이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서 의미 있는 시청각 정보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사용자의 요청에 수동적으로 응대하는 것은 이미 늦고 답답하다. 따라서 항상 귀와 눈을 열고 있으면서, 사용자와 주변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범용 프로세서들은 고속처리에 문제가 있고 GPU는 전력 소모 문제로 휴대 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안으로써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하드웨어 개발에는 크게 관심 없던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관련 논문을 쏟아 내고 있고 중국에서도 굵직한 몇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휴대폰 등의 하드웨어 제품에 강점을 보였다. 인공지능으로의 새로운 기술적 전환기에 하드웨어 강국으로서, 우리의 실력과 아이디어를 발휘 할 수 있는 호재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필자는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 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 기술의 진화와 발전을 우리 손으로 그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하지만, 책임감이 앞서기 전에 난관도 많다. 프로젝트 기획 시기에,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관련한 필요성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오히려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어 한다. 주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필자와 연구소 동료들은 열심히 노력중이다. 우리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인공 지능의 신세계에 대한 밑그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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