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임상병리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충남대에서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안)’을 주제로 제5차 대입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날 대입정책포럼에서 제시된 안은 정책연구진이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 그 결과로 개편 단일안을 제시됐고, 이는 곧 ‘교육부 시안’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안의 골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영역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며 공통과목 외 선택과목 중 1과목을 추가 선택해 응시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문·이과 구분 없이 1과목씩 교차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공통과목인 통합사회·과학과 진로선택과목인 과학Ⅱ는 수능에서 제외된다. 고교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탐구1과 2의 이수과정이 잘 짜여 있다. 그런데 대입전형으로 모든 것이 초점이 잡혀 있기 때문에 수능에서 선택 과목과 선택한 것의 출제영역에 따라 실제 수업이 이뤄진다는 것이 문제다. 수능 범위가 아니면 학생들은 어렵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습하려 하지 않으며, 고교에서도 굳이 수능 시험범위가 아닌 것을 갖고 학생들과 씨름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자연과학이나 공학계열 학생의 사례를 보자. 이들 계열 학과를 진학하기 위해 2022학년도부터는 수능의 출제영역에서 아예 제외된 과학탐구2 영역을 학습할 이유가 사라진다. 4개 과학탐구영역에서 탐구1 하나만 골라 수능을 치르면 되기 때문이다. 수능출제 문제에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면 출제 실패로 간주되는 분위기에서 변별력을 위해 고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어진다. 학생들의 폭 넓은 과학적 지식을 평가하기보다는 극단적으로 좁은 영역에서의 깊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출제해 변별력을 갖추려 할 것이다.

아주 좁은 영역에서 출제되는 고난도 문제를 틀리지 않기 위한 연습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나쁜 말로는 흔히 말하는 찍는 연습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 수업은 더욱 파행을 겪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수험생들 본인이 단 한 개만을 선택한 탐구1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 해당 교과 영역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학 탐구2 시간에 탐구1을 다시 공부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기초과학과정은 고교 탐구과정으로까지 그 수준을 대폭 하향시켜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떠나 앞으로 대학교육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생각해보자 사고력을 기르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이렇게 수능 출제범위가 변해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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