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우리 철도의 당면 현안은 KTX와 SRT의 합병 문제. 연합뉴스
남북 대화가 활발해지면서 철도 분야 협력에 관심이 쏠린다. 성급한 사람들은 서울을 출발하여 유럽으로 가는 대륙횡단열차의 소요 시간과 운임에 관심을 보이며 저마다 산출된 수치를 내놓기도 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겠지만 이런 상상을 한다는 일 자체가 즐겁고 긍정적이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열차 요금이 누구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추정했다는데 그 긴 여정을 좌석에 앉아서만 갈 수는 없으니 침대칸과 식사 대금을 포함한다면 요금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겠지만 중국과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열차 여행은 생각만해도 활력을 준다.

그래서 평소같으면 관심없이 흘려 지나갈 올 철도의 날도 예사롭지 않다. 더구나 작년까지 9월 18일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어제 6월 28일로 바꾸어 기념일을 진행했다니 더욱 관심이 쏠린다. 1899년 9월 18일 경인선 철도 개통일을 철도의 날로 1964년 제정한 후 오늘에 이르렀으나 올해부터는 일제 잔재 청산작업의 일환으로 6월 28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갑오경장 이후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공무아문(工務衙門)'이라는 부서에 철도국을 둔다는 조선실록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래서 2017년 118회 철도의 날이었는데 2018년에는 124회 철도의 날이 되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올해는 횟수를 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족자존 회복과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철도라는 개념이 최초로 언급된 연도를 기원으로 삼을 것인가, 비록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부설했다지만 철도와 열차의 실물이 등장한 해를 출발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어쩌면 1894년 음력 6월 28일을 양력으로 확인하여 철도의 날로 삼을 수도 있을텐데 21세기 대중교통의 총아 철도의 생일을 두고 여러 생각이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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