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전했다 돌려받아, 70만원 양주도…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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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가 B 씨에게 공천을 부탁하며 전달했다 돌아온 4개의 현금봉투에는 500만원씩이 담겨있다. A 씨 제공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 기초의원 후보에게 ‘공천장사’(?)를 벌였다는 정황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있다. 지역정가에선 윗선 개입설로 확산되고 있어 그 파장이 커질 분위기다.

청주시의원 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한 A 씨(시의원)는 지난 4월 지역내 도당위원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B 씨(시의원)와 모 의원 개소식 자리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B 씨에게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 씨가 속한 4인 선거구에 2명만을 공천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A 씨는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인근 한 식당에서 B 씨와 다시 식사자리를 가졌다. B 씨는 “최대한 돕겠다. 2000~3000만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자금을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3000만원은 너무 큰 금액”이라며 “대신 2000만원이라면 내일이라도 당장 현금으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소지한 현금 등을 포함해 약속한 자금을 준비한 A 씨는 16일 충북도당 사무실 인근 차량 안에서 다시 B 씨와 만나 ‘잘 부탁한다’며 현금을 전달했다.

금액 전달 3일 뒤인 19일 B 씨는 다시 사천동 지역의 한 커피숍에서 청탁결과를 알리기 위해 A 씨를 만났다. B 씨는 “다면평가에서 평점이 나쁘다”며 “때문에 자금을 성공적으로 전달하지 못했고 잘 안됐다”고 A 씨에게 금액을 다시 가져가라며 반려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A 씨는 “다면평가 결과를 왜 당신이 거론하느냐”며 화를 냈고 “이미 내 손을 떠난 돈”이라며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금액을 돌려줘야 했던 B 씨는 또 3일 뒤인 22일 청주 옥산농협 주차장에서 A 씨를 만나 2000만원을 건넸다.

문제는 되돌아 온 2000만원의 포장 등 겉모습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종전에 A 씨가 건네줄 당시엔 5만원권 100장 4묶음을 고무줄로 묶어 비닐 봉투속에 담아 전달했는데 회수된 2000만원은 깔끔한 흰 봉투 4묶음으로 나눠 돌아왔다. 이는 영득(취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다)하려는 목적과 B 씨가 더 윗선에 전달하기 위해 깨끗한 종이 봉투속에 포장했다고 보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 A 씨가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가 돌아온 고급 양주. A 씨 제공
정치자금 뿐만이 아니다. A 씨는 공천 배제를 우려해 도당 위원장측에 싯가 70여만원 상당의 고급 양주를 전달했으나 이 역시 되돌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저는 그동안 시민들이 뽑아줬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의원으로 활동해 왔다”며 “하지만 각종 셈법과 헐뜯기가 난무하는 정치권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세상밖으로 이 사건에 대해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민주당 내 공천장사는 사실”이라며 “저 역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한 부분에 대해 시민들께 죄송하다. 사죄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도당위원장에게 가서 사정을 해 보라고 말은 했다. 정치 후원금 형식으로 A 의원 본인이 가져온 돈일 뿐”이라며 “A 씨에게 돈을 다시 가져가라고 했지만 가져가지 않아 깨끗한 봉투에 담아 정리해서 되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천장사는 아니고 A 씨가 순수한 마음으로 부탁을 했고 도와주려 했으나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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