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차성민 한남대 법학부 교수

의료법을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학서적들도 가끔 볼 때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신경정신 의학책을 읽다가 흥미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노인의 심리 특성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글을 읽으며 ‘어? 내 얘긴데!’하고 느꼈다는 것이다. 난 아직 노인이 아닌데. 아니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동시에 내 주변의 누군가도 생각났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아마 필자와 같지 아닐까 싶다.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

사람들은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이 감퇴 됐다는 걸 느끼고, 흰 머리카락과 주름살이 많아지는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이 노인이 됐다는 것을 자각한다. 노안 증세도 중요한 신체적 변화 중의 하나다. 동료의 사망 소식이나 정년퇴직, 가장으로서 누렸던 힘의 상실, 손녀와 손자들로부터 받는 노인대접을 통해서도 노인이라는 자각을 한다. 노년기가 되면 사람들에게 몇 가지 성격의 변화가 나타난다.

첫째 우울해진다. 질병, 배우자 사별, 경제사정 악화,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소외, 지나간 인생에 대한 회의에서 우울감이 온다. 배우자나 친지의 사망보다 자기 몸의 질병이 노인들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고 한다. 둘째 내향적이고 수동적이 된다. 노화현상으로 인해 사회활동의 범위가 좁아지고 활동자체도 감소하면서, 사리 판단과 이로 인한 행동 반응의 방향을 외부보다는 자기 내부로 돌리려 한다. 셋째 남녀 역할이 변한다. 남자는 수동적이 돼 위축되는 반면 여자는 의존심이 적어지고 능동적, 공격적, 권위적이 된다. 남녀가 서로 비슷해지는 것이다.

넷째 경직적이 된다. 융통성이 적어져 아집을 부리며, 익숙한 옛날식으로 매사를 처리하려 한다. 다섯째 조심성이 많아진다. 시각, 청각, 기타 신체나 인지 기능이 감퇴되기 때문이다. 조심성이 심해지면 가벼운 피해의식에도 사로잡히며 쉽게 노여움을 타기도 한다.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여섯째 의존적이 된다. 신체적, 경제적 능력이 쇠퇴하고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메말라 있고 고립돼 있다. 그래서 좀 더 든든한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일곱째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줄어들고 성적 욕구와 능력이 감퇴하는 반면 먹는 쪽으로 마음이 향한다. 여덟째 인색해진다. 일상생활과 품위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돈을 점점 중시한다. 아홉째, 살다간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 애쓴다. 그래서 업적, 재산, 골동품 관리에 신경을 쓰며 후계자를 확보하려 한다.

위의 글은 노인의 특성에 대한 것이지만 나의 내면과 생활방식을 되돌아보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특성’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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