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도장(道場). '무예를 닦는 장소'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태권도장, 유도장, 권투도장 등등. 어려서 태권도장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없겠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강요로 다녔다.

나도 근거가 있든 없든 키 크길 바라며 두 아이를 새벽에 억지로 깨워 집 앞 태권도장을 보냈다. 가기 싫은 것도 두 아이를 괴롭혔지만 더욱더 피곤하게 만든 것은 입고 가야 하는 옷이었다. 흰 천의 바지와 저고리, 이른바 도복(道服) 말이다. 다른 옷을 입고 도장에 갈 수 없다. 반드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 옷을 입어야 한다. 태권도도 운동의 일환인데 왜 운동복은 물론 평상복은 안 될까? '도장'이란 단어의 탄생에는 종교적 심오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장'이란 원래 산스크리트어 '보디 만다라(bodhi mandala)'에서 유래됐다. '보디'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알지 못했던 진리를 수련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만다라'는 '우주의 중심이며 세상의 축'이란 뜻이다. 석가는 인도 부다가야에 있는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석가의 수행이 산스크리트어 '보디 만다라'에 해당된다. 중국에서는 이를 한자로 '道場'이라 표현했다.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그 보리수를 '도장수(道場樹)'라 부른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될 당시 만해도 도장은 사찰을 의미했다. 수나라 양제가 전국의 사찰을 '도장'이라 했던 칙령(勅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후 도장은 종교적 수행 장소, 사찰은 물론 불교와 동떨어진 인격 수양과 무도(武道) 수행의 장소가 됐다. 엄격한 규칙과 철저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집단적 수행 말이다.

태권도장, 축구장 등은 모두 승패 경기를 하는 장소임은 분명하다. 도장에는 도가 있다. 다른 경기장에는 도가 없다. 다른 경기장은 이기는 것을 추구한다. 도장은 도를 추구한다. 도장은 '나를 찾는 수련(修鍊)'이 우선한다. 이러니 지금이나 예나 아무 옷을 입고 도장에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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