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다른 한일 아이돌 시장…우익논란 덮고 특혜논란 낳은 편집

▲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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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찜한 TV] 한일전일까 교류일까…'프로듀스48'

극명하게 다른 한일 아이돌 시장…우익논란 덮고 특혜논란 낳은 편집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번에도 통했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의 '메가히트'에 힘입어 같은 채널에서 내놓은 '아이돌학교', KBS 2TV '더유닛', JTBC '믹스나인'이 줄줄이 쓴맛을 봤지만 '프로듀스'의 새 시리즈인 '프로듀스48'은 시작부터 뜨겁다.

26일 CJ E&M과 닐슨코리아의 6월 둘째 주(11~17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이 단박에 2위로 신규 진입했다. CPI 지수는 266.8.

일본의 최고 아이돌 AKB48과 결합한 '프로듀스48'은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1시 이후까지 방송하는 프로그램임에도 1회 시청률 1.1%(유료가구)를 기록한 데 이어 2회에는 1.9%로 뛰어오르는 등 화제성뿐만 아니라 시청률에서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 달라도 너무 다른 한일 아이돌 시장

'프로듀스48'의 핵심은 한일 아이돌 시장 간 극명한 차이다. 이 차이를 한일전으로 풀어낼 것인지, 교류의 장으로 승화할 것인지, 혹은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낼 것인지는 연출의 능력에 달린 셈이 됐다.

초반 기획사별 오디션에서 국내 연습생 중에는 곧바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을 자랑하는 인재가 많았던 반면, 일본 연습생은 대부분 율동 수준의 실력을 보여줘 과연 한 팀으로 데뷔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차이에는 양국 간 아이돌 시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배경이 있다.

일본의 음악 시장은 약 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내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국 가요 팬들의 취향과 욕구만 충족하면 산업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어 굳이 외국 진출을 노릴 필요가 없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걸그룹 멤버에게 마치 동네에서 만난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소통해주기를 요구한다. AKB48을 비롯한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팀들 역시 팬 서비스를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프로듀스48'에 도전한 일본 연습생들 역시 춤과 노래 실력은 부족하지만 팬 또는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 기술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일본보다 작기 때문에 산업 확장을 위해서는 외국 진출이 필수이다. 그래서 국내 크고 작은 기획사들은 그룹을 데뷔시키기 전부터 외국 활동을 염두에 두고 멤버들을 트레이닝시킨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다른 회사들도 더 분주해지고 있다.

엠넷 관계자는 "이번에 참가한 일본 연습생들이 국내 연습생들의 실력을 보고 '배움'에 대한 절실함이 더 커진 것 같더라"며 "그 욕구가 프로그램에 반전을 가져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뛰어난 편집술…우익논란 희석했지만 분량 논란 점화

국내 연습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과거 인성 논란에 늘 봉착한다. '프로듀스48'에는 이러한 논란은 없는 대신, 방송 전부터 일본 참가자들의 우익 등 사상 문제에 휘말려 온라인에서 '불청 제안'까지 나왔다.

엠넷은 "이번에 참가한 일본 연습생들은 알아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등 한국에 우호적인 인물이 많아 우익으로 엮기는 어렵다"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 등은 왜곡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지만 방송 후에도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논란을 희석한 것은 연출이었다.

시즌1·2 흥행을 이끌었던 안준영 PD는 일본 연습생에 대한 반감을 '동정심'으로 뒤집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일본인의 배움에 대한 갈망, 또 될 때까지 배우고자 하는 악바리 근성에 연출의 포인트를 맞추면서 시청자들이 한국 연습생뿐만 아니라 그들도 응원할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해줬다.

실제로 방송 전까지만 해도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일본 친구들이 한국어로도 타이틀곡을 부를 정도로 열심이더라. 한 번 지켜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투표 결과를 봐도 한일 연습생이 고루 상위권에 배치된 편이다.

다만 편집의 기술을 십분 활용한 덕분에 다른 논란이 생겼다. 인위적으로 출연진 분량을 조절하다 보니 '분량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 2회 방송에서는 '일본의 센터'로 불리는 미야와키 사쿠라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한국 연습생에 비해 부족한 실력에도 A등급을 받으면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사쿠라가 이후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면서 논란은 오히려 불이 붙었다.

방송이 자리 잡으면서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또 다른 지점도 있다.

일본 내 AKB48의 인기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크다. 팬들의 '충성심'도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한일 연습생 간 수준이 비등해져서 멤버 국적이 균형을 이뤄 데뷔한다면 괜찮겠지만,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큰 반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반감이 일본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가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 '국프'를 어떻게 투표하게 만들 것인가

'프로듀스' 시리즈는 철저하게 '국민 프로듀서', 일명 '국프'의 투표로 데뷔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홈페이지로만 투표할 수 있었던 시즌1의 경우 2회까지 누적 투표수가 139만을 기록했고, 공식 홈페이지와 티몬에서 하루 2번 투표할 수 있었던 시즌2는 같은 기간 452만으로 집계됐다. '프로듀스48'은 330만을 기록했는데, 시즌2보다는 확연히 적은 수준이다.

이 같은 차이는 걸그룹이냐 보이그룹이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보이그룹을 주로 '지원'하는 여자 팬들은 하루 2번 투표를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빌딩, 지하철, 버스 등에 좋아하는 연습생의 광고를 해줄 정도로 화력이 세다.

반면,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자 팬들은 영상을 볼 때는 좋아하면서도 직접적인 '액션'은 잘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에서 남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장문복의 순위가 초반에는 높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졌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밤새워 방송을 보면서 매일 투표할 정도의 '골수팬'을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것이 '프로듀스' 시리즈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투표수를 늘리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아울러 걸그룹 편이지만 여성 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역시 필요해 보인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3회에서 선보일 그룹 배틀 평가부터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돼 한층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일 연습생이 한 팀을 이뤄 선보이는 '케미'(케미스트리, 조화)와 그 속에서의 미묘한 경쟁 구도가 더 흥미를 유발해 투표수도 자연스럽게 늘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M 6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온라인 뉴스 구독자 수(주요 포털 등재 언론사 기준), 프로그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3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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