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를 취재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아파트 신축 사업과 관련해 학생 수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파트 사업을 하기 위해 전국의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가도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교육청에서 학교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는 말이다. 그만큼 아파트 사업과 학교 문제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 천안에선 이상하리만치 아파트 사업자들이 비교적 손쉽게(?)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교 땅을 사서 교육청에 기부채납해야 할 업자들이 입주예정자들을 볼모로 잡고, 약속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사업 승인을 위해 교육지원청과 맺은 업무협약은 어느 순간 한낱 종잇장처럼 여겨지고 있다. 먼저 천안 백석동에서 아파트 사업을 했던 A 업체는 2013년 10월 교육지원청과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학교 땅 확보 의무를 외면한 채 공사만 진행했다. 결국 A 업체는 2015년 초 학교 땅 확보 의무를 다른 곳으로 넘기고 자기들은 빠져나왔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천안 신부동에서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시행한 조합이 인근 학교 증축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았음에도 입주일을 맞춰야 한다며 관련 기관에 준공승인을 압박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입주예정자들은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결국 집단민원을 두려워한 기관들은 조건부로 준공승인을 내주고 말았다.

패턴은 단순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약속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에는 집단 민원으로 대응한다. 공사는 예정대로 완료한다. 아파트 사업은 입주민들의 재산권이 걸려있기에 상당히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파트가 들어오고 학생들이 유입되는 만큼 학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자칫 학교 신축이 늦어지면 인근 학교 과밀로 이어져 아이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앞으로 이러한 패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재범·충남본부 천안담당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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