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일병 유해 현충원으로
1950년 임신한 아내 두고 입대, 아들 유전자정보로 찾아 ‘뭉클’
子 김성택씨 “드디어 아버지 생겨”

▲ 2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25 전사자 발굴유해 안장식에서 봉송단원이 김재권 일병 유해를 묘역으로 정중하게 옮기고 있다. 김 일병 유해는 전사한 지 58년 만인 지난 2008년 가평에서 발굴됐고, 유족 유전자 정보 확인 끝에 비로소 가족 품에 돌아왔다. 연합뉴스
"이제 예순여덟살 먹은 아들이 스물여섯살의 아버지를 만났네요"

68년 만에 만난 사진 속 아버지는 여전히 젊은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아들은 손에 주름도 생기고 손자들도 있는 할아버지로 변했다.

6·25 전쟁 당시 국군 북진을 위한 공병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故 김재권 일병의 유해가 지난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육군참모차장 주관으로 열린 안장식엔 유가족과 소속부대 및 보훈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석해 영웅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안장식은 묵념, 조사 낭독,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등 순으로 최고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이날 영면에 들어간 故 김재권 일병은 1924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으며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결혼 2년차 가장이었다. 당시 작은아버지가 제주도 목재소 부지를 부대 훈련소로 제공해 입대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김 일병은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둔 채 조국을 지키기 위해 8월 자원입대했다. 그 후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은 김 일병은 제1201 건설공병단에 배치돼 춘천과 가평 등에서 전투지원 작전을 수행했다.

그해 10월 김 일병은 북한군 비정규 요원의 교란 활동으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2008년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서 부분 유해와 단추, 전투화 끈 등의 유품이 발굴됐다. 김 일병의 유해는 유전자 정보가 없어 '이름 없는 유해'로 남았다가 지난해 아들 유전자 정보를 통해 약 10년만에 확인됐다.

유해는 장·사병 제7묘역에 그의 아내와 함께 안장됐다.

68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김성택(68) 씨는 "슬픔보다 반가움이, 눈물보단 흐뭇함이 앞선다"며 "아버지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에 나에게 아버지는 실체 없는 모습으로만 존재했는데 '나도 드디어 아버지가 생겼다'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며 "그간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 놀림 받던 지난날의 서러운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만날 수 있게 해준 군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굳건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가 지속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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