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은 누구…그가 남긴 '말말말']


현대 정치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결코 빠져선 안 될 시작점에 있는 '3김(金) 시대'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별세로 종언을 고했다.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한국 정치사를 이끌어온 김 전 총리는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쿠데타에 참여하면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같은해 제1대 중앙정보부 부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3김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공주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 8기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과 김대중 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서 최연소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2인자로 군림했지만 박 전 대통령 피살 뒤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김 전 총리의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부정축재자로 지목돼 재산을 환수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1987년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정치를 재개한 김 전 총리는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 연합’을 이루며 김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또 한번 김대중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다.

그러나 약속했던 내각제 개헌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고 2004년 총선에서도 패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이처럼 '영원한 2인자'와 '정치사의 풍운아'로 불리며 한국 정치의 굴곡와 애환을 함께 해온 김 전 총리는 그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수 많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생전에 자신의 생각과 시대상을 짧고 압축적으로 표현해내는 '촌철살인'에 능했다.

1995년 6월 지방선거 천안역 지원유세 중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말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라는 말로 충청표심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1998년 총리 서리 당시에는 기자들이 "서리 꼬리가 언제 떨어질 것 같으냐"고 묻자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2001년 초에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를 두고 '서산에 지는 해'라고 발언하자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라며 여유있게 응수했다. 200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는 "노병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 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고 스스로를 평하기도 했다.

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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