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새벽 ‘아버지 없는 아이’는…
새로운 남자 통해 과거 지우려는 여관 주인 최자영
그런 어머니를 미워하는 딸과 무기력한 지식인 아들
가장의 부재·일제 불안 속 작은 희망 잉태하는 이야기

▲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 모습. 극단 새벽 제공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전 대표팀 극단 ‘새벽’의 작품 ‘아버지 없는 아이’는 암울했던 우리나라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극은 한 어촌 바닷가 여관 ‘영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관 주인인 최자영은 폐병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으로 두 번의 재혼으로 아버지가 다른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우고 있다. 최자영은 누더기 같은 자신의 과거를 잊고 새로운 남자를 통해 신분상승의 꿈을 꾸지만 결국은 사랑을 애처롭게 갈구하게 된다.

모던걸을 표상하는 딸 청조는 그런 어머니 최자영을 미워한다. 아버지를 부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너무도 빨리 잊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아들 윤은 법관이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무기력한 지식인을 대변한다. 윤은 독립운동을 하던 친구들을 배신하고 결국 약물 중독자가 돼 폐인이 된다.

이밖에 주인아들 윤을 사랑하는 여관 여급 카오루, 도박빚에 쫓기는 투숙객 정수훈 등 주변인물이 등장한다.

▲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 모습. 극단 새벽 제공
아버지가 없는 윤은 카오루와의 사랑으로 태어날 아이의 탄생을 두려워한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의 삶을 윤 자신과 동일시하며 아이를 거부한다. 당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상황은 마치 가장이 없는 삶과 같은 태생적 불안함을 나타낸다.

물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도드라지게 극 전반에 보여지진 않지만 윤을 통해 가장의 부재가 가져오는 불안감을 표현한다. 어느날 딸 청조는 엄마 최자영이 투숙객 수훈과 나누는 은밀한 대화를 엿듣게 되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선덕 연출자는 “인간은 대부분 원치 않는 삶에 대한 당혹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악착같이 신분상승을 노리는 최자영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이기려는 현대인의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마지막 카오루의 모습을 통해 모든 불완전한 부재상황에서 오는 불안을 종결시킬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모습을 잉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극단 ‘새벽’의 연극 ‘아버지 없는 아이’는 내달 2일 오후 4시, 7시30분 대전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되며 전석 2만원이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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