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업을 하다 두 번 망했고, 선거에서는 여덟 번 낙선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요? 글쎄요. 참, 하나를 빼먹었군요. 저는 인생 막바지에 미국의 16대 대통령이 됐습니다. 제 이름은 링컨입니다.’

저 마지막 문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했는지. 가난한 사람도 실패를 거듭한 사람도 저렇게 명예롭게 이름을 떨칠 수 있다는 사실에 필자도 크고 작은 고난을 희망으로 바꾸며 살아 올 수 있었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에서는 최근에 ‘엔디컷 빌딩’을 개관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인재양성의 요람이 될 건물 이름이 ‘엔디컷’으로 명명됐을 때의 기쁨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딴 건물이 생기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영광이다. 미국 직장에서는 오래 근무한 직원이 은퇴할 때 그가 회사에 공헌한 점을 기려 금시계를 선물한다. 완성돼가는 건물에 ‘엔디컷’이라는 이름이 칠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것이 내 금시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지금 몸담은 대학에 처음 와서 한 일은 전 세계의 학생들이 유학을 오고 또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글로벌 교육의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에서 내 이름에 크나큰 명예를 부여해주었다.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다.

인간관계 기술의 달인이자 ‘어떻게 친구를 얻고 어떻게 사람을 움직일 것인가?’의 저자 데일 카네기는 ‘사람이 하는 말 중 가장 달콤하면서 가장 중요한 소리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이다’라고 했다.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그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어색하고 낯선 환경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그 옆에 가기만 해도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해지는 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인도에서 병자를 위한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의 생애를 살았던 테레사에 의해 생겨난 것은 모두 알 것이다. 평생을 훌륭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름엔 좋은 기운과 특별한 파동이 있다.

이름이 자랑이고 명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수치이고 비극이다. 이름을 명예롭고 가치 있게 만들기는 힘들기만 잃은 것은 너무도 쉽다. 엔디컷 빌딩에는 ‘엔디컷’이라는 글자가 벽면에 커다랗게 쓰였다. 뿌듯한 한편 그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 필자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영역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좋은 스승 밑에는 좋은 제자가 있고 좋은 제자 위에 좋은 스승이 있다. 이제는 훌륭한 제자들이 그들 자신과 필자의 이름을 빛내주기를 바란다. 이름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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