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진 기상청 차장

어느덧 “덥다!”라는 말이 습관처럼 새어 나오는 여름철이 다가왔다. 지난 6월 2일에는 광주와 대구를 비롯한 남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33℃를 뛰어넘어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표됐다. 이날 청주는 31.1℃, 충주는 31.2℃까지 치솟는 등 충북지역의 평균최고기온이 30.9℃까지 올라 폭염에 버금가는 고온현상이 충북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폭염은 7월 하순 장마가 끝난 뒤 남쪽의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폭염 발생 과정은 그동안 자연적인 현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이 일찍 시작되고 발생 빈도도 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웠던 1994년을 기준으로 폭염일 수를 비교해보면, 1973~1993년에는 8.6일(충북 7.1일), 1994~2017년에는 12.8일(충북 8.9일)로 약 67%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는 태풍이나 집중호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기상현상은 바로 폭염이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03년의 유럽에서는 3만 5000여 명이 사망했고 지구의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6년에는 파키스탄 1000여 명, 인도 53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2016년 폭염으로 인한 국내 온열질환자 수는 2125명이었으며 이 중 충북 지역의 질환자는 108명이었다. 폭염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 사례였다.

폭염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폭염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청에서도 폭염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활성화 중이다. 그 일환으로, 폭염특보 발표 시 관계기관 방재 담당자뿐만 아니라 폭염에 취약한 노인, 장애인 등 약 2만 5000~3만여 명에게 매년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폭염예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폭염발생의 과학적 원리를 밝히기 위하여 폭염연구센터를 설립해 연구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상현상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는 기상서비스 수준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기상예보와 실제 기상서비스 체감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하여, 올해 6월 1일부터 '폭염영향정보'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폭염영향정보는 기존의 폭염특보(주의보·경보)가 기온이 33℃ 이상일 때 발표되는 것과 달리, 폭염특보 발표 이전에도 고온으로 인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보건, 어업, 농업, 산업, 가축, 에너지 등의 분야에 폭염위험 단계별 대응요령을 제공한다. 폭염영향정보는 관계기관 및 지자체 담당자에게 실시간 서비스하고 있으며, 기상청 모바일 웹(m.kma.go.kr)과 날씨누리(www.weather.go.kr)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폭염에 의한 인명피해 최소화와 사회·경제적 재해 위험성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과 정보취약계층 등 이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막 시범 운영을 시작한 폭염영향정보가 앞으로 국민 생활 밀착형 정보로 거듭나 건강한 여름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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