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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을 과학기술 담론의 중심지로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6월 25일 월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6월 24일 18시 08분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대전은 과학기술자와 이공계 박사의 밀집도가 매우 높은 세계적 과학기술 도시이다. 수십 개의 과학기술 연구소에 수만 명이 근무하고,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과 우수한 종합대학들이 있으며,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들도 많다. 여기서 많은 과학기술 연구 성과가 창출되고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 담론의 중심지가 되어 과학기술에 기반한 사회적 이슈 해결과 국가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할 때가 됐다. 세종과 대전의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경제·인문사회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현대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과학기술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온 정보통신기술은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의 기술로 이어지면서 더욱 크고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생명·의료분야와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 속도도 눈부시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는데 기여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과학기술과 직접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적인 이슈이고, 최근에는 침대에서 시작된 라돈 안전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 사이버 범죄, 유해 화학물질, 원자력 안전,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신종 감염병, 자율주행 자동차나 인공지능의 안전성, 지진 안전성 등에 대해서도 국민의 관심이 높다. 당연히 이와 관련한 국가 정책은 최상의 과학기술적 지식에 바탕을 두고 결정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대형 국가사업에서조차 과학기술적 팩트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정권에 따라 갈지자걸음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 중 하나는 정부와 국회 등 최상위 정책결정그룹에서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에 의해 세계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국회와 정부 고위직의 이공계 출신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데, 공공부문 여성임용목표제와 유사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더 중요한 원인은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신뢰할만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집단으로 도출해 소통하는데 서툴다는 점이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과학기술 이슈는 한두 사람의 전문가나 한두 편의 논문으로 해결될 수 없으므로, 과학기술자들의 집단 지성이 중요하다. 전문가 그룹과 보편적 상식을 지닌 일반인 그룹이 함께 문제를 객관화한 다음, 최상의 지식에 근거해 과학기술적 사실과 불확실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중 및 정책결정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대전·세종 지역이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정부 부처가 있고, 우수한 대학이 있고, 과학기술계와 경제·인문사회계 출연연구소들이 있고, 깨어있는 시민이 있다. 어떤 과학기술적 사회 이슈든지 충분한 전문성과 균형감각을 갖고 논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지역이다. 전문가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과학기술 이슈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연구해 그 결과를 소통한다면, 이념·감정 과잉의 우리 사회라 할지라도 과학기술적 지식에 기반한 합리적 문제 해결 사례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과학기술자들이 주도할 수도 있으나, 지역 언론이 과학기술단체들과 협력하면 사회적 신뢰 확보에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과학기술자가 밀집된 대전·세종 지역부터라도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담론이 활발해져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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