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주범 '하지불안증후군'…정형외과 질환 오인하면 병 키울수도

▲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자료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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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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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밤마다 쑤시고 저린 다리…'수면질환' 의심해야

수면장애 주범 '하지불안증후군'…정형외과 질환 오인하면 병 키울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하면 으레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질환을 떠올린다. 하지만 수면 중 다리가 쑤시고 저린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한수면학회가 21∼69세 한국인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하지불안증후군 유병률이 5.4%(271명)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밤에 잠들기가 어렵다거나 다리 움직임 때문에 잠을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불편한 다리 감각과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때문에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말한다. 주간에는 괜찮다가 잠들기 전 하체에 불편한 감각이 느껴져 숙면을 방해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들은 주로 쑤신다, 욱신거린다, 저리다, 피가 안 통한다, 아프다, 당긴다, 시리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이들 중에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다.

문제는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가 디스크나 하지정맥류로 오인해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을 다니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한 나머지 참고 견디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잖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연구회 조사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중 적절하게 치료받는 경우는 약 1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들거나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싶은 증상 ▲ 쉬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다리를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 또는 불편함이 있는 경우 ▲ 다리를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 저녁이나 밤에 강해지거나 수면시에만 나타나는 경우 등에는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보라고 권고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있다면 검사와 치료가 꼭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불면증, 심장질환, 뇌질환 등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팀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6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1.13배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하지불안증후군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전 세계 논문 9편을 메타 분석한 것으로, 흡연하거나 비만한 경우에는 이런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 환자에게서 고혈압 유병률이 다소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상관관계가 하지불안증후군의 특징으로 꼽히는 주기적 사지운동이 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키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질환의 고통과 수면장애에 따른 스트레스도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해 혈압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봤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뇌경색 환자의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가 대한수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은 뇌경색 발생 3개월 이후의 신경학적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 및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며 "만약 철분이 부족하면 철분제를 보충해주고, 도파민이 부족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제제를 소량 복용하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어 "낮 동안 햇볕을 많이 쬐면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한 뒤 다리마사지나 족욕으로 다리의 피로를 해소해주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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