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탈퇴·반EU 정서 확산 차단…27개국 결속 강화·EU 인기 상승
난민·포퓰리즘 골칫거리는 그대로…'제2 브렉시트' 완전 배제 못 해

▲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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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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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2년…위기가 보약된 EU, 아직 곳곳에 뇌관

추가 탈퇴·반EU 정서 확산 차단…27개국 결속 강화·EU 인기 상승

난민·포퓰리즘 골칫거리는 그대로…'제2 브렉시트' 완전 배제 못 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2년 전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직후만 해도 EU는 엄청난 위기에 휩싸인 듯했다.

사상 첫 회원국 탈퇴라는 가보지 못한 역사가 현실이 되면서 '하나의 유럽'을 향해 60년 가까이 달려온 EU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다른 회원국에서도 EU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반(反) EU 정서'라는 원심력이 커지면서 EU는 해체설에 시달려야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든든한 우방이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결정을 칭송하고 제2, 제3의 브렉시트 가능성을 예언하며 'EU 제국의 붕괴'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EU는 구심력은 더 커지고, 결속력도 강화됐다.

위기가 오히려 보약이 된 상황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브렉시트는 확실히 EU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관료화하고 비대해진 EU 안팎에선 개혁의 요구가 분출했고, EU 회원국 국민에게 '하나의 유럽'이 주는 혜택을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자성이 빗발쳤다.

이에 부응해 EU는 지난 2017년 6월 15일 그동안 통신업자들의 로비에 밀려 결단하지 못했던 휴대전화 해외로밍요금제를 폐지해 소비자들 실생활에 이득을 주고 EU의 사회적 통합을 업그레이드했다.

청년들에게는 다른 회원국을 방문해 배우고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하나 된 유럽'을 느끼게 하는 여행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됐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람·자본·상품·서비스 등 4대 이동의 자유를 토대로 한 EU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3월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과 뒤이어 5월 치러진 프랑스 대선에서 반 EU와 반 난민을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 세력은 패배했고, 질풍노도처럼 퍼져가던 '반 EU 바람'도 수그러들었다.

EU 경제가 호전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의 경제가 이전보다 더 약화하면서 EU는 반사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EU와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8%와 1.9%로 영국이 약간 높았으나 2017년엔 EU 2.4%, 영국 1.8%로 큰 격차로 역전됐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EU는 2.3%, 영국은 1.5%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EU가 한목소리, 단일대오로 영국을 압박한 것도 결과적으로 대외협상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EU의 결속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의 27개 회원국은 이제 '영국 없는 EU'라는 뉴노멀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EU는 반대를 일삼으며 딴지를 걸던 영국이 빠지면서 각종 사업에서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대표적인 게 국방 관련 분야다. 물론 브렉시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간 동맹관계에 이상기류가 조성된 것도 EU의 이런 움직임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에 의존해온 유럽을 비판하면서 EU 국가에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친 게 큰 자극이 됐다.

EU의 각 회원국은 방위비 지출 확대와 함께 회원국 간 방위비 지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려고 무기·군사장비 등의 공동개발·구매사업에 중점을 두게 됐다.

특히 EU는 회원국 간 안보·국방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항구적 안보협력체제(PESCO) 협정'을 체결, 유럽 의무사령부 창설 등 17개 과제를 공동 추진하며 유럽군(軍) 창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는 성과를 냈다.

EU가 나토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EU의 결속력이 강해지면서 EU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4월 유럽의회가 28개 회원국에서 2만7천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자신이 속한 나라가 'EU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답해 지난 198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응답은 EU가 브렉시트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 2016년 10월 조사 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다고 유럽의회는 밝혔다. 브렉시트라는 위기가 EU에 약이 됐다는 방증이다.

브렉시트 이후 해체 위기에까지 몰렸던 EU가 2년 만에 한숨 돌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의 뇌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난민 문제. 지난 2015년 140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쓰나미처럼 유럽으로 몰려들었던 난민들은 작년에 70만 명 수준으로 많이 줄었지만, 목숨을 건 난민들의 유럽행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동·중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난민수용을 거부하며 EU에 강경한 난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등에서 반난민을 내세운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EU의 난민 문제 해법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여기에다가 EU 4대 경제국이자 유로존 핵심국가인 이탈리아의 집권 연립여당은 국가부채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면서 이를 막으면 EU와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며 위협하고 있어 '이탈렉시트(ITALIA+EXIT, 이탈리아의 EU 탈퇴)'라는 말까지 거론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이 제2, 제3의 브렉시트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EU는 지금까지 영국에 대해 '과실 따 먹기 브렉시트'는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협상 과정에 이 원칙이 제대로 관철되지 못할 경우 일부 EU 회원국의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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