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뒤늦은 조사' 지적…'사후약방문' 행정서 벗어날 기회

▲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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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티슈에서 배양된 황색포도알균과 녹농균
▲ 물티슈에서 배양된 황색포도알균과 녹농균
[김길원의 헬스노트] '물휴지' 국민청원검사에 식약처 신뢰 달렸다

일부선 '뒤늦은 조사' 지적…'사후약방문' 행정서 벗어날 기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민이 직접 안전검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첫 품목이 어린이용 기저귀와 물휴지(물티슈)로 정해졌다. 이 중에서도 물휴지는 사용해서는 안 될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식약처는 중금속과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등 13종의 물질을 기본적으로 살펴보고, 추가로 필요한 시험항목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영유아 물휴지의 안전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 한 업체의 영유아 물휴지에서 곰팡이가 발견됐고, 2014년에는 기준치 이상의 곰팡이류 및 이물질이 나와 회수조치가 이뤄졌다. 또 가습기 살균제 성분 등의 유해 화학물질 사용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최근호에 물휴지의 안전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냈다.

논문을 보면 시중에 유통 중인 물휴지 62개 품목을 선정해 살균보존제 성분 및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46개(74.2%) 품목에서 200∼3천500ppm의 안식향산나트륨이, 1개 품목에서 9ppm의 파라옥시안식향산메칠이 각각 검출됐다.

방부제 성분인 안식향산나트륨은 눈 자극은 물론 과량 사용할 경우 아토피피부염 등의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용 한도는 5천ppm이다. 파라옥시안식향산메칠은 식품에 생길 수 있는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는 물질로, 유방암과 생식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또 다른 물휴지 1개 품목에서는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존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 혼합물이 각각 5ppm, 140ppm 검출돼 '부적합'으로 판정됐다. 국내에서 가습기살균제 뿐만 아니라 치약에도 사용돼 큰 사회문제를 일으킨 바 있는 성분이다.

이들 성분이 검출된 물티슈는 현재 제조 판매 중지와 함께 회수조치가 완료된 상태다

쿼츠계 화학물질로 '제4급 암모늄 화합물'에 속하는 염화세틸피리디늄도 허용기준 이내이긴 하지만 5개 품목에서 7∼13ppm이 검출됐다.

잔류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허용기준(20μg/g) 이내인 0.069∼1.796μg/g이 검출됐고, 메틸알코올(메탄올)은 23개 품목에서 5∼51ppm의 범위로 검출됐는데, 4개 품목은 영유아 허용기준치(20ppm)보다 높은 42∼51ppm이 나왔다. 메탄올에 장기간 노출되면 그 독성으로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어 영유아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메탄올의 잔류경로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물티슈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pH(산도) 기준도 설정하는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제에 영유아용뿐만 아니라 식당 등에서 쓰이는 일회용 물휴지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로 성인들에게 제공되지만, 영유아한테도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물휴지는 영유아 물휴지와 달리 공중위생법에 따라 위생관리용품으로 분류된다.

제주한라대 임상병리과 연구팀이 2016년 대한임상검사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대중음식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물휴지 55개를 수거해 미생물 오염도를 평가한 결과, 50개(90.9%)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당시 일회용 물휴지의 세균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각 물휴지의 수분을 멸균 컵에 짜낸 뒤 35℃ 배양기에서 18시간 배양했다.

이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물휴지에서 총 71개의 균주(菌株)가 분리됐으며, 세균 수로는 1㎖당 평균 4천140개가 검출됐다. 세균이 자라지 않은 물휴지는 겨우 5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2개의 물휴지는 ㎖당 1만6천670개의 세균이 자란 것으로 관찰됐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고 해서 '기회감염균'으로 불리는 황색포도알균(15개)과 녹농균(3개)도 나왔다.

황색포도알균은 100℃에서 30분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장내 독소를 만든다. 손에 상처나 염증 등이 있을 때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심한 구토와 물 같은 설사, 경련·쇠약감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며 화농성 감염과 패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균은 항생제에도 잘 듣지 않는다.

녹농균은 패혈증·전신감염·만성기도감염증 등의 심각한 난치성 질환을 유발해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다. 하지만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심각해 치료가 쉽지 않다. 작년에는 개에 물려 치료받은 후 6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유명 한식당 대표의 혈액에서 '녹농균'이 검출돼 사인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을 명분으로 한 식약처의 이번 조사가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유아 물휴지를 제대로 관리하겠다며 공산품이던 물휴지를 화장품으로 전환한 지 이미 3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제라도 '사후약방문식' 행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겠다고 나선 점은 칭찬할 만하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사와 결과 발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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