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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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7월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총회에서 축사를 하는 이순재 선생. 사진=이규식
7월 2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홍보대사로 원로배우 이순재 선생과 중견배우 박해미씨가 활동중이다. 대부분 아이돌이나 젊은 연예인이 활동하는 홍보대사 분야에 80대 중반 노령배우와 50대 중반 중견배우 위촉은 주목할 만하다. 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지만 특히 84세 배우가 현역으로 연극, 영화, TV, CF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대한민국연극제 홍보대사를 맡았다는 사실은 우리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노역 연기가 분장 차원이 아니라 실제 노배우의 실감나는 연기로 정착했음을 의미한다.

이순재 선생은 노령배우 중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그룹에 속하는데 공연계 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 사진 등 여러 예술장르에서 고령원로들의 역동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망백(望百)의 시인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고 미술 분야에서는 100세를 훨씬 넘은 분도 현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학, 미술 창작분야는 대체적으로 개인의 단독작업이 주류를 이루지만 공연예술, 드라마, 영화 등은 여럿이 조화를 이루어야하는 특성상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한다. 드라마나 영화라면 쪽 대본 등이 통용되면서 긴 호흡과 체력, 특히 암기력은 필수 요건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연극의 경우 한 시간 수십 분간 진행되는 대사를 모조리 외우고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고난도의 기량이 필요하다. 이순재 선생은 이런 면에서도 탁월하다. 예전에는 노역을 맡으면 분장과 노인발성 그리고 나름의 작품해석으로 그 개성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실제 나이와 극중 연령이 엇비슷하다 보다 깊은 몰입과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관객들은 훨씬 자연스럽고 수준 높은 연기를 접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80대를 넘어 90대, 100세 홍보대사가 출현할 것이고 아울러 건강하고 멋진 노령 연기자들의 맹활약을 기대해 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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