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게 퇴원을 강요하고 진료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충북대병원이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성익경 부장판사)는 20일 충북대병원이 원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A 씨를 상대로 낸 ‘퇴거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며 “피고 측에 의료계약 해지 및 비용을 모두 청구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에는 법리 오해나 위법이 없는 만큼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2010년 2월경 충북대병원에서 유도 분만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지만, 지혈이 되지 않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고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이후 그는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받았고 A 씨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고, A 씨 측에게 “1억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충북대병원은 A 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 측에 의료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로 ‘보존적 치료’에 그치는 만큼 상급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A 씨 측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충북대병원은 2016년 3월 병원 퇴거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법정 다툼 끝에 1심 재판부는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은 민법상 위임 계약으로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게 원칙이지만,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의 표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일반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의료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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