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시 개발위원회장

6·13 지방선거도 끝났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의 능력 검증보다도 남북의 문제가 더 비중을 갖는 시기라서 그런지 유권자가 느끼는 체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의 곁을 지날 때는 비록 조용했다고 하나, 그것이 남긴 흔적은 태풍 이상이었다.

광역단체장은 진보 여당인 민주당이 14석, 보수 야당인 한국당이 2석, 무소속 1석으로 판가름 났다. 기초단체장 역시 진보의 약진이고, 보수의 몰락이다. 뿐만 아니라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도 같은 양태다. 혹자는 이를 좋게 지역 구도가 무너졌다고 하나 그보다는 보수의 절대적 몰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에 국민적 메스가 가해진 것이다. 야합하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 군소 정당의 몰락이나, 한국당의 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남은 제주지사의 생존은 이번 선거의 특징을 한마디로 웅변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크게는 촛불집회의 위력이 남아 있음이요,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는 남북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골칫거리임을 입증해 준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보수의 구태한 몰골이 아직도 국민적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마음으로 이 각인을 깨끗하게 지우지 않고서는 보수는 앞으로 국민 앞에 결코 얼굴을 내밀 수 없다는 점을 명심시켜 준 선거였다. 보수는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지난 세월의 업보가 지대한데, 자세 낮출 줄은 모르고 막말 정치와 독선의 정치만 일삼았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인은 늘 국민의 마음을 읽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앞으로 진보에게도 명심해 둘 말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은 여당은 없었다. 그러기에 자만에 빠질 우려는 더 많다. 보수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민의 지지가 멀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해야 한다.

본래 정치인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고, 봉사하는 사람이다. 공복을 자처했으니, 진정한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 고려시대 장관을 상서(尙書), 복야(僕射)라 부른 것도 '심부름꾼'이라는 데에서 온 말이다. 진보 여당에게 당부하고 싶다. 국민적 부름을 받았으면 끝까지 낮은 자세로 국민의 곁을 지킬 것을 주문한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에 보답하는 정치인이 되어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인이 되어 달라는 주문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보수의 몰락도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또 한 차례 정치의 계절은 지나갔다. 태풍에 시달린 이웃을 우리는 사랑으로 위로하며 봉사로 재활을 북돋아 주는 슬기로운 민족이다. 이번 선거에 진 사람은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하고, 이긴 사람은 쓰러진 이웃을 일으켜 세워 함께 가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기왕에 심부름꾼이 되고자 했으니, 당선되었든 그렇지 못하였든 가지고 있는 마음은 언제 어떤 위치에서든 같아야 한다. 이제 국민 모두 힘을 합하여 매진해 나갈 일만 남았다. 정치인이라면 조국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심주름꾼'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당선자들에게 축하와 당부의 말로 다가서는 시민의 모습으로 이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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