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지난 5월 4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시·도지사가 사회 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회 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이 발의됐다. 현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미 '사회복지공단', '사회복지진흥원' 등의 가칭으로 본 법률안을 위한 의견수렴의 시간을 가져왔다. 사회 서비스원법에서는 사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유지, 효율화를 위한 사회 서비스의 표준 운영 모델 구축과 확산, 관리의 기능과 일부 공공 서비스에 대한 민간 위탁 방식의 운영이 아닌 공공부문을 통한 직접 서비스 제공을 전제하고 있다. 여당은 본 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보건복지부 또한 법률안 통과와 상관없이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사회 서비스원을 통해 지방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과정에 직접적인 개입을 한다면, 사회 서비스의 확대와 질적인 향상에 소홀했던 지금까지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사업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희망찬 청사진도 함께 제시해 준다.

하지만 사회복지 서비스원 설립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복지 서비스원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 높은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형성과 재원 등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에 새로운 공공기관이 생겨난다는 것은 3년 단위로 실시되는 보건복지부 평가와, 매년 이뤄지는 지자체의 다양한 지도 점검 이외에도 추가로 '서비스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지도 감독의 대상이 생겨나거나,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의 구분처럼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화로 인해 민간사회복지재단들이 능력있는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여지가 있다. 이것은 이미 과중한 업무에 힘들어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과 현장의 사회 복지사에게 새로운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복지 영역 내에서 '보조성의 원리'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조성의 원리란 집단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나아가 상위 집단의 전횡으로부터 하위 집단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의 가톨릭 사회교리이다. 사회복지 영역 내에서도 상위 집단인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서비스 전달이 아니라,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지역 사회에서 함께 호흡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민첩히 대응할 수 있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의 절대적 역할을 보장해줘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사회 복지법 내에서는 보조성의 원리를 통해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의 절대적 역할과 국가의 후원이라는 두 영역이 뚜렷하게 양분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한 민간 사회 복지영역의 고유성을 보장하고, 보다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전달되도록 국가가 이들을 후원한다. 만일 사회복지 서비스원을 통해 지방 정부나 국가가 직접 사회복지시설 기관을 운영한다면 획일적인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법인들의 사건, 사고들은 심심치 않은 뉴스거리였다. 인권 유린, 재정의 불투명성, 낙후된 서비스 제공 등은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익숙한 뉴스거리로 인해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몇몇 사회복지 시설의 부정적인 행태로 인해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의 고유한 역할을 사전에 제한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민간 사회복지기관 시설들 또한스스로 투명성과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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