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정동윤 ETRI ICT소재부품연구소 융합부품기술센터 선임연구원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개발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된 삶이다. 특히 반복되는 실패와 고민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아주 단순한 한 순간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박사과정 시절, 초고속 통신용 60GHz 회로 및 RF 송수신기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항상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하루하루를 고민 속에서 살았다. 매번 머리를 긁적이며 힘들어하다가 원하던 회로 개발에 성공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희열을 잠시 느꼈다. 이후 개발한 회로를 집적한 송수신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또다시 반복되는 실패와 한숨이 필요했다. 기술 개발에 성공이라 판단이 어려워 동영상을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3시 반. 필자는 동영상 시연에 성공했고, 연구실 동료들과 동시에 “우와, 나온다!” 그 함성을 듣던 옆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나와 구경하며, 고생했다고 박수치고 하이파이브하며 행복해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필자는 대학원시절부터 국내 대기업 연구소까지 약 14년간 RF회로를 연구했다. 2014년 ETRI로 오면서 전력반도체 패키지 및 전력전자회로를 연구개발하게 되었다. 기존 수행해 왔던 RF 기술을 전력전자분야에 접목시키고자 융합연구를 진행 중이다. 역시 오랜 시간 실패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본 기술을 출자하여 연구소기업도 만들었다.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제품화에 성공하기 위해 또다시 고민과 실패가 당연히 반복되리라 예상되지만,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고민과 실험 속에서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연구원의 삶이 참으로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야근과 휴일근무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메모하며 연구를 해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실패와 고민이 일상이다.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따는 순간은 지난 힘든 시간을 모두 잊을 수 있을 만큼 행복하지만 다음 날은 또 다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실패와 고민을 반복한다. 아마도 모든 연구원들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삶의 즐거움이 잠시 스쳐가는 정도라 그럴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장래 희망 직업으로 과학자를 비롯하여 의사, 교사, 군인, 운동선수, 판검사, 변호사 등 다양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과학기술 강대국이라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희망 직업으로 과학자는 점차 사라지고, 이공계 진학 비율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없이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호하는 비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왜 일까? 이공계를 졸업하고 연구원이 된다는 것이 한창 공부하는 학생과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전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의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연구원들의 연구환경은 매우 열악한 실정으로 언제까지 과학기술 강대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정책, 그리고 연구의 특성상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지라도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초고속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진정한 과학기술 강대국이 되고, 청년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보다 ‘희망’과 ‘비전’이라는 단어가 더 깊이 새겨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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