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무용수들 해외 주요 발레단서 맹활약, '브누아 드 라 당스'만 네 차례

▲ ABT 간판스타 서희가 '지젤'을 연기하는 모습. 2011.6.2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제공=연합뉴스, Gene Schiavone]
▲ ABT 간판스타 서희가 '지젤'을 연기하는 모습. 2011.6.2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제공=연합뉴스, Gene Schiavone]
▲ (왼쪽부터) 파리오페라발레의 제1무용수 박세은, 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 [연합뉴스 DB]
▲ (왼쪽부터) 파리오페라발레의 제1무용수 박세은, 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 [연합뉴스 DB]
▲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발레리노 김기민 [연합뉴스 DB]
▲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발레리노 김기민 [연합뉴스 DB]
▲ 한국 무용수 중 네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발레리나 박세은 [연합뉴스TV 제공]
▲ 한국 무용수 중 네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발레리나 박세은 [연합뉴스TV 제공]
세계 휘어잡은 K발레…체형·교육·근성 3박자 통했다

韓무용수들 해외 주요 발레단서 맹활약, '브누아 드 라 당스'만 네 차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양 예술인 발레계 꼭대기에 한국 무용수들이 대거 올라서고 있다.

한때 한국 발레하면 울퉁불퉁한 발 사진의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장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등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무용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최근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박세은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ere danseuse)로 활약 중이다. 그는 1669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의 첫 동양인 제1무용수다.

김기민 역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동양인 발레리노로 최초로 입단한 뒤 수석무용수 자리까지 꿰찼다. 긴 체공 시간과 섬세한 연기로 러시아 내에서도 팬덤이 상당하다.

그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무용수다. 발레리노로는 그가 최초다. 한국 발레리노 새 이정표를 써나간다는 평을 받는다.

ABT 간판스타로 활약 중인 서희 역시 이 발레단 첫 동양인 수석무용수. 서희재단을 꾸려 후배 무용수들을 돕는 데도 앞장선다.

강수진에 이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두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된 강효정,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최영규,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세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유망주도 곳곳에서 자리 잡고 있다. 윤서후는 작년 파리오페라발레 입단 오디션을 거쳐 김용걸, 박세은에 이어 이 발레단 세 번째 정단원이 됐다.

전준혁은 작년 가을 영국 로열발레단에 발레리나 최유희에 이어 한국인 무용수로는 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최초로 입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 발레 성가를 체계적 발레 교육과 서구화한 체형, 한국 무용수 특유의 근성이라는 3박자가 고루 더해진 결과로 분석했다.

심정민 무용 평론가는 "과거보다 한국 무용수들의 체형과 몸선이 많이 좋아진 데다가 섬세한 감정 표현과 연기 부분은 우리 무용수들만이 지닌 장점"이라며 "서양 무용수들의 동작과 선이 큰 데 비해 우리 무용수들은 세밀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술 영재 시스템 등이 갖춰지면서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집중적 교육을 받는 점도 한국 무용수들의 경쟁력을 높인 원인으로 꼽힌다.

심 평론가는 "한국에서도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 교수법 등 좋은 커리큘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재목도 좋아졌는데 키워내는 방법까지 좋아졌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장광열 무용 평론가는 "실기 중심 한예종 시스템, 콩쿠르 참가 및 입상을 통한 국제적 감각 제고, 해외에 진출한 선배 무용수들의 활약을 보고 자란 경험 등이 더해져 더 많은 발레 스타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솔리스트 자리에까지 오른 발레리노 겸 안무가 김용걸은 "한국 무용수들은 목숨을 걸고 발레를 한다"며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여주는데 서양 무용수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한국 발레의 성과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심 평론가는 "잘한다는 무용수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하다 보니 국립발레단 정도를 제외하고서는 무용수 수급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용수뿐 아니라 발레단도 함께 성장할 방법, 즉 창작진 육성을 통한 양질의 레퍼토리 확보를 통해 무용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서도 발레단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 역시 "지금은 몇몇 스타와 국립발레단 위주로 국내 발레계가 돌아가고 있다"며 "축적된 힘을 더 다양한 층위의 무용수, 더 다양한 지역 발레단 육성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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