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택융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이제 지방선거 몇 번만 치르면 돼.” 선관위 직원들에게 익숙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의 퇴직년도와 함께 남아있는 지방선거 횟수를 계산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관위 직원에게 지방선거란 엄청난 땀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후보자 등록업무뿐만 아니라 투표용지 인쇄, 선거공보 발송 등 짧은 기간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가 일시에 집중된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 전국적으로 투표용지 3억장, 선거공보 6억 5천만부가 소요되고, 후보자 현수막 길이만 1382㎞, 선거사무종사원은 총 64만 3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디 그 뿐만이랴. 이러한 숫자만큼이나 각종 민원이 빗발친다. “연설·대담차량이 시끄럽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느냐” 선거가 시작되면 이런 전화에 하루하루 몸살을 앓는다. 하루를 보낸다는 말보다는 ‘버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렇게 또 버티다보니 이제 나에게 퇴직 전 마지막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 게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올해로 7회째 선거이니 참으로 세월의 속도는 화살같이 빠르다는 게 실감이 난다. 미력이나마 평생을 바쳐 노력했던 우리의 선거문화는 과연 어떻게 변해왔는지 돌아보면, 아쉬운 것도 많지만 정말 많은 것들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겠다. 하지만 성숙한 선거문화가 정착됐다고 하기에는 어쩐지 흔쾌히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에서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이 바라본 우리의 선거문화에 대해서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보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의 선거운동문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영국의 선거운동문화는 canvassing(가정방문)위주로 좀 딱딱하다고 하고, 미국은 주로 소셜미디어나 TV를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고 한다. 인구분포, 문화와 역사가 다르니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이방인의 눈으로는 낯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는 우리의 선거문화는 어떠한가. 선거철이 되면 선거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며 시끌벅적한 시골 5일장 같은 선거문화를 원하는 사람들도 아직 존재하는 반면에, 이제는 많이 정착된 TV토론 문화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조용한 선거문화가 우리의 나아갈 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선관위에서도 투표율을 끌어올리기기 위해 일반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나 지역축제장에 달려가 투표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TV토론회를 열어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일이 임박해오면 비방·흑색선전 등 잘못된 행태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격투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리는 어떤 선거문화를 원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앞으로 나아갈 바는 자명하다. 지방선거는 행복한 우리 동네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토론을 통한 정책경쟁이 중심이 되는 아름다운선거로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내일이면 제7회 지방선거일이다. 한 알의 벼가 영글려고 하면 농부의 수많은 발걸음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이번 지방선거에는 6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선거사무에 힘을 쏟고 있다. 투표용지 한 장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우리 국민들은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유전자속에 기억하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6·13 지방선거에 꼭 투표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개막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기원하며 목이 터져라 신나게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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