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보다 ‘중·저준위 방폐물’ 많아, 사용후핵연료도 다량보관돼 위험↑
안전사고 잇따라…2004년부터 12건, 하나로 주거밀집지역 2㎞이내 입지
연구용원자로·임시보관 방폐물 이유 지원·규제에서 소외… 보호대책 미비
한국법제연구원 “대전만 불합리차별”, 市, 주변지역 지원 법개정 등 안간힘

▲ 대전시 관계자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이송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지역은 주요 원자력시설 입지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에도 수십여년간 정부의 안전대책과 지원대책에 소외되고 있다.

대전은 경주 등 타 지역과 달리 도심에 원자력시설(연구용 원자로)이 들어서 있다. 또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을 장기간 저장 중이다. 대전에 보관된 중·저준위 방폐물은 이를 처리하는 방폐장이 위치한 경주보다 오히려 더 많다. 경주방폐장에도 없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도 다량 가지고 있다. 대전의 원자력시설 주변지역은 원자력 안전문제에서 발전소 주변지역보다 더 많은 위험이 내재돼있다는 의미다.

대전시는 이러한 이유로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 중이지만 정부는 연구용원자로와 임시보관 방폐물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시민 불안해소와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신뢰확보를 위해서라도 원자력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안전과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전 원자력시설의 안전과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법제도적인 연구결과도 최근 도출됨에 따라 지원체계 구축에 큰 힘이 실리고 있다.

▲ 대전시 담당자들이 원자력연구원 방폐물 보관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한복판 방폐물 산더미…잇따른 안전사고에 시민 불안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1995년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HANARO)’가 설치돼 있다.

대전과 같이 연구용원자로와 관계시설이 입지한 경우 경험적으로 발전용원자로가 설치된 지역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원자로는 그 자체만으로 용도에 상관없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하나로는 주거밀집지역과 2㎞ 이내 입지해있으며 과거 가장 낮은 단계지만 방사성물질 누출 우려가 있는 백색비상 사태도 발생됐었다.

지난 2004년 이후 발생한 안전사고만 12건이다. 원자력연구원은 2016년 원자로에서 나온 방폐물을 주민 몰래 폐기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전 한복판에 방사성폐기물이 쌓여 있다는 점도 시민들을 불안케하는 요인이다. 대전에는 지난해말 기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2만 9633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돼 있다.

같은 기간 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도 자체발생분과 외부반입량을 합쳐 1699봉(약 4.2t)이다.

지난 30년간 주민들이 모르는 새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를 다량 반입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원자력시설에서 안전사고도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 16일엔 한국원자력연료 레이저 용접실에서 집진설비를 증설하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다쳤다. 이곳은 경수로 및 중수로용 원자력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앞서 1월에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가연성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불이 나 건물 외벽과 지붕이 불에 타는 사고가 있었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참사를 부를 수도 있는 위험시설들 속에서 대전시민은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 대전시 담당자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사용후핵연료(파이로)연구시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규제와 지원에서 모두 제외’ 안전사각지대 놓인 대전


원자력발전소 및 관계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대표적인 지원법제로는 발전소주변지역법, 방폐물유치지역법을 들 수 있다.

발전소주변지역법은 발전원, 발전시설 용량 및 발전시설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지역을 선정토록 하며, 현행법은 전기수급을 위한 발전용도인 원자력발전소만을 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되려면 발전용 원자력시설이어야 하며 시설용량 1만 킬로와트 이상의 발전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대전에 설치돼있는 하나로와 관계시설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해당시설의 주변지역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민간환경감시기구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모든 유형의 지원(기본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 홍보사업, 주변지역발전·전원개발촉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방폐물유치지역법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치지역이 지원 대상이며 해당 지역주민 복리·후생을 확충하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현행 방폐물유치지역법은 발전용 원자력시설을 중심으로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경주는 지원대상지역이 되지만 연구용·교육용 원자력 시설을 가지고 있는 대전은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현재로서 대전지역은 방폐물유치지역법에 따른 특별지원금, 특별지원금의 규모, 유치지역 개발에 따른 국·공유재산의 무상 또는 할인 대부·사용허가·매각, 유치지역에 대한 보조금 지급, 지역민 우선고용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대전은 경주보다 많은 양의 방폐물을 유치하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경우 경주에는 없으나 대전에는 유치하고 있고, 또한 중·저준위 방폐물도 경주에 비해 6배나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안전 사각지대도 발생한다.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 대한 대표적인 안전관리법제는 원자력안전법과 방사능방재대책법이다. 원자력안전법은 발전용원자로와 연구용·교육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운영규제에 있어 차별화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연구용·교육용 원자로는 발전용원자로와 달리 사고관리계획서(중대사고관리계획 포함), 운전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액체 및 기체상태의 방사성물질등의 배출계획서의 제출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작성 시 관계지역 주민에 초안공람 또는 공청회 등의 지역주민의견수렴절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사선환경조사와 보전조치 명령도 생략될 수 있다. 방사능방재대책법은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비상 또는 방사능재난이 발생할 경우 실효성 있는 주민보호대책을 위해 수립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설정대상에서 연구용·교육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제외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의 방출량 감시 및 평가시설, 비상대응시설의 설치의무도 면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전 원자력시설은 사고가 나더라도 주민 대피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고 정보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 대전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이 최종보고서 관련 채택 회의를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만 불합리한 차별” 법제도 연구 도출…지원체계 구축 탄력


대전시가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원자력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대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법제연구원은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지원을 위한 법제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환경적 불평등, 지역적 불합리성 등의 문제를 들어 대전의 법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발전용 원자력시설에 치중한 안전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법제연구원은 원자력안전규제법제가 원자로의 용도, 즉 발전용인가 아니면 연구용·교육용인가에 따라 차별규제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사고는 원자력시설이 발전용과 연구용인가에 따라 그 경중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원자력시설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물과 시설, 사고발생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이런 현상을 도외시하고 있어 규제체계의 비정합성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원지역의 형평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방폐물유치지역법에 따른 주변지역 지원기준은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 방사성폐기물 유치여부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방사성폐기물을 양산하는 시설의 용도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법제연구원은 풀이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법이 하나로 주변지역과 경주 방폐장 주변지역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을 상실한 것이자 입법체계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하나로를 설치하고 있는 대전지역과 지역주민은 국가의 공익목적 사업을 위해 하나로 및 관계시설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유치·운영 중이라는 것이 되며 발전소주변지역법과 방페물유치지역법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법제연구원은 덧붙였다.

대전시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원자력시설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주변지역 지원대책을 마련해나갈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조사권과 자료요구권 등 감시권한이 부여되도록 원자력안전법 개정에 힘쓸 방침이다. 또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지원법을 제정해 발전소 주변지역에 준하는 주민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시는 연구원 등 원자력이용시설에 저장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원자력 시설에 지자체 감시권한 부여 등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발전소 주변지역에 준하는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며 “확립된 논리를 바탕으로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해 법제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