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하구(河口)는 하천과 해안이 만나는 접점을 말하는데, 보통은 단순히 위치를 가리킨다. 하구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강물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곳(강 안쪽)으로부터 바닷물이 강물의 영향을 받는 곳(바다 쪽)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위치를 가리키는 하구와 구별하기 위하여 하구역(域)이라고도 한다. 금강을 예로 들면 하구둑이 생기기 전에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위치가 강경까지이었고, 바다 바깥으로는 새만금 간척지를 포함해 춘장대까지 금강의 영향을 받으므로 이 일대를 하구역이라 할 수 있다. 하천은 하구에서 바다와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천과 바다가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금강 하구역을 하천의 관점만으로 또는 해양의 관점만으로 보아서는 하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금강 하구둑은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기타 염해방지와 관광지로서의 여건을 갖추기 위한 목적으로 1983년에 착공해 1990년에 완공됐다. 그 이후에 금강 하구역에는 군산산단 조성을 위해 도류제 등이 건설되었고, 새만금 간척사업도 진행되어 대규모의 물리·환경·생태적 변화가 발생했다. 조류가 바뀌고 이에 따라 해안의 해저지형이 크게 변화했으며 하천에서 공급되던 담수(민물)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강물과 바닷물의 혼합(혼합된 물을 기수汽水라 한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고, 금강호의 수질은 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금강 유역에 대한 환경기초시설의 지속적인 투자로 유입수의 수질은 개선됐으나 하구의 수질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금강 하구가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 즉 자정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건설당시에는 하구둑의 건설목적에 맞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28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앞으로는 금강 하구호의 물을 정수 처리해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게 될지도 모르며, 바다에서 생산되던 김을 비롯한 수산물의 생산량은 줄어들어서 이 지역의 수산업은 이미 크게 축소되었고, 하구둑 안쪽과 바깥쪽에 펄이 퇴적되고 다져져서 마치 육지처럼 변하고 있어서 하구호도 바다도 심각하게 흐트러지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는 일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과 동의어이다. 자연은 자연 나름의 질서(자연법칙)가 있고 사람은 그 질서위에 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이 자연의 질서를 바꾸거나 훼손하면 사람은 스스로 일으킨 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인간의 삶도 미래도 무너지게 된다. 천수만의 간월호나 부남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서산 해안의 간척사업은 위대한 농지개발 사업이었지만, 이 농지에 공급할 물을 담고 있는 호수는 이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진 수질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통합물관리는 수량과 수질과 생태계를 별도로 관리하던 체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바꾸는 과정이다. 수량이 부족해도, 수질이 나빠도, 생태계가 훼손되어도 수자원으로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쓸 만큼의, 깨끗하고 건강한 물이 우리에게 필요하며,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똑 같이 필요할 것이므로, 금강 하구역의 자연성 회복은 미래를 포기할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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