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당 지도부 교체…바른미래·민평당 존폐 기로

[6·13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시나리오]
민주, 전국 14곳 승리 자신감 문재인정부 뒷받침할 지도부 구상
한국, 광역단체장 6곳 못할시 홍 대표 2선후퇴 기정사실화
바른미래, 결과에 운명 갈려 한국당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민평당, 호남서도 지지율 고심 인지도 낮아 생존여부 불투명

◆정계개편은 한국당에서 출발

이번 6·13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정계개편은 확실해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보-보수' 진영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면서 정계개편 논의가 정치권을 쓰나미처럼 휩쓸 것으로 전망된다. 정계개편의 시작은 자유한국당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광역단체장 6곳 사수'를 재신임 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한국당은 당초에 경기와 인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에서 6곳 이상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선거에서 참패하면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면서 홍 대표의 사퇴는 불가피하게 된다.

한국당내 비홍세력을 중심으로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7월 전당대회 개최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차기 당대표로 충청권 출신 정우택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유기준·이주영 등 중진의원 1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 지도부의 백의종군을 촉구하며, 사실상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보수궤멸을 막고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잃은 현 지도부로 선거를 치를 수 없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대표 출마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왔던 정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홍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당대회 선점을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완구 전 총리도 당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당대표 출마의지를 갖고 있어, 같은 충청권 출신인 정 의원과 후보 단일화 여부도 관심사다.

자유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홍준표 대표의 지도부는 당연히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질 것"이라며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당의 개혁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보수 주도권, 한국당이냐 미래당이냐 관건

중도보수 주도권을 놓고 한국당과 경쟁을 벌여온 바른미래당도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야권정계개편 주도권을 잡는냐, 와해되느냐'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광역단체장 당선은 어려워도 한국당과 경쟁지역인 서울 등에서 의미있는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야 당의 존재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 김문수 후보를 큰 표차이로 앞서고 정당 득표율도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에 앞선다면 바른미래당이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반면 정당득표율에서 참패수준을 기록한다면 바른미래당은 보수와 중도진영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해 해체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당에 흡수되거나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바른미래당의 향후 생존여부는 안철수 서울시장의 득표율에 달려있다"며 "바른미래당이 중도보수 세력을 이끌어가게 될지 한국당으로 흡수되는 와해수순을 밟을지는 이번 선거 성적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8월 전당대회 친문지도부 등장 가능성 높아

여당인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과 지지율 차이가 3배 가까이 나면서 부산·경남은 물론 보수의 심장인 TK마저 위협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대구·경북과 제주도를 제외한 14곳에서 승리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안정적으로 이끌 새 지도부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도 추미애 대표 임기가 끝나는 8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친문 지도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구성되는 새 지도부는 2년 후로 다가온 21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돼 벌써부터 10여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세종이 지역구인 7선의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5선 이종걸·이석현, 4선 김진표·박영선·송영길·설훈·안민석, 3선 이인영, 재선 박범계, 초선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한 3선 최재성 전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거론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당대표는 친문 대 비친문간 세력대결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사다.

◆‘호남 자민련’ 민주평화당 향후 생존 전략 ‘산넘어 산’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정작 호남에서조차 민주당에 지지율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어려움에 처해있다. '호남적자’를 주장해온 민주평화당이지만 민주당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방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호남정신으로 평등한 세상을 실현하는 정당이라며 호남정당을 강조하면서 큰 틀에서는 민주당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형제정당이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호남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민주평화당의 존재감은 이번 선거 이후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장 후보조차 없을 정도로 당의 인지도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당의 생존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울=박명규 기자 mkpark041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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