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딸 부잣집 엄마의 꿈 - 2편
아픈 둘째·어린 셋째… 양보만
배려 배웠지만 자존감 낮아져
딸 부잣집 장녀 지은이도 처음엔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원인미상 염색체 손상으로 동생 정은이(13·가명)가 심장과 뇌수술을 수차례 받게 될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지은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아픈 동생의 언니로, 딸 부잣집 장녀로 그렇게 조용히 성장했다.
병원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아빠는 매일 총성 없는 전쟁터로 나갔고 정은이를 보살펴야 하는 엄마는 어느새 교대시간 없는 반 간호사가 됐다. 첫째 지은이는 사춘기소녀가 흔하게 부릴 법한 투정은 물론 반항 한번 없이 본인보다 동생들을 우선으로 양보하며 자랐다. 병마와 싸우는 정은이를 지켜보며, 여섯 살 막내를 엄마 대신 보살피며 그렇게 철이 들었다. 워낙 어릴 적부터 본인보다 동생들 위주로 생활한 것이 몸에 배 학교에서도 배려심이 누구보다 깊다. 궂은일을 마다않고 다친 친구들을 데려가고 데려다 주는 등 날개 없는 천사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장녀로서의 부담감을 항상 안고 있는 지은이는 때론 마치 양 어깨에 지구를 떠받드는 형벌을 받고 있는 신화 속 인물 아틀라스처럼 힘겹다. 무엇이던 동생들이 먼저라는 사고는 지은이 위축시켰고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아빠의 실직으로 가세가 기울어 사교육도 받을 수 없게 되자 자존감도 부쩍 낮아졌다.
그런 엄마 전 씨는 “지은이한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오랜 기간 동생의 병원생활 때문에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했는데 이제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는 딸로 착하고 바르게 커줬다”며 “평소 엄마한테 안기는 걸 좋아하고 애정표현도 서슴없이 하는데 삶에 지쳐 이조차 받아주지 못해…(정말 미안하다)”며 울먹임에 말을 잇지 못했다. <15일 1면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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