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념식 무엇이 달랐나

6일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은 장소부터 구성까지 여느 때와 달랐다.
올해 현충일 추념식은 1999년 이후 19년만에 국립서울현충원이 아닌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서울현충원은 주로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 및 군인 위주로 조성된 묘역이다.

대전현충원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는 물론 의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및 순직공무원 묘역까지 조성돼 있으며 최근 순직한 국가유공자 대다수가 안장돼 있다.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헌신한 분들을 기리고 마지막 안장자까지 잊지 않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대전현충원을 추념식 장소로 선택했다.

이날 추념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발길이 가장 먼저 닿은 곳도 그동안 가장 소외됐던 무연고 묘지였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행사에 앞서 무연고 묘지인 고(故) 김기억 육군중사 묘지를 참배했다.

고 김 중사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953년 양구전투에서 만 2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 당시 부모와 자녀 등 남겨진 가족이 없어 수십여년 지난 지금까지 무연고 묘지로 남았다.

대전현충원 측은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1982년 첫 안장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묘지 절반가량이 한해 아무도 찾지 않는 무연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묘지에 헌화한 뒤 추념식 추념사에서 “(김기억 중사)그는 스물둘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고없는 무덤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결코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이라며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념사 내용도 같은 듯 달랐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독립운동가와 호국용사를 강조하며 ‘애국’과 ‘조국’이라는 단어를 각각 22번, 10번으로 가장 많이 썼다.

올해는 이웃을 구한 정비사와 대학생 등 의사상자를 사례로 들었고 애국이라는 단어를 7번만 언급한 대신 ‘이웃’ 9번, ‘가족’ 7번, ‘평범’ 4번씩 사용했다.

지난해 추념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다”던 문 대통령은 올해 “우리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이 모두 우리의 이웃이었고 가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애국이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념식 문 대통령 내외 옆자리도 관심이 쏠렸다.

과거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 옆자리는 주로 4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이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터 상이군경 등 국가유공자가 자리했다.

올해는 4·19유족, 5·18유공자, 제2연평해전 유족, 천안함 유족이 옆을 채웠고 대법원장과 국가보훈처장은 대통령 내외로부터 각각 7번째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