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평범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정말 나쁜 짓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가짜 교도소 실험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71년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가짜 교도소를 만들고 실험에 지원한 75명 중 심리테스트를 통해 가장 정상적인 평범한 21명의 실험 참가자를 뽑아 그 자리에서 동전 던지기로 가짜 교도관과 죄수로 역할을 나눈 후 실험하였는데 교도관은 가학행위를 하고 죄수들은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등 마치 진짜 죄수와 교도관처럼 돌변하면서 2주일을 예상한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되었다. 이와 관련 짐바르도 교수는 "결과는 매우 슬펐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슬픈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기고 사람들이 졌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대한민국의 수사 구조는 검찰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직접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 재량 및 독점권, 영장 청구권, 형 집행권 등수사부터 형 집행까지 형사 절차상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러한 막강 권한 행사에 대해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마땅히 없고 그로 인한 검찰의 권한남용 및 부정부패 등에 따른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다. 새 정부 들어서 다시 수사권조정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고, 그 핵심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위 실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선악과 상관없이 상황이 사람을 만들고, 그것은 결국 실제 사람들이 일하는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권력의 오남용을 차단하고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상황)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신충섭 경감<공주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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