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년 역사 파리오페라발레단서 초고속 승진, 亞 최초 제1무용수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박세은이 지난 3월 파리 시내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2018.3.22
yonglae@yna.co.kr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박세은이 지난 3월 파리 시내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2018.3.22 yonglae@yna.co.kr
▲ 파리의 팔레 가르니에 무대에서 공연하는 박세은. [박세은 제공/Isabelle Aubert 촬영=연합뉴스]
▲ 파리의 팔레 가르니에 무대에서 공연하는 박세은. [박세은 제공/Isabelle Aubert 촬영=연합뉴스]
무용계 최고 권위상 거머쥔 박세은…집념·끈기 장점

349년 역사 파리오페라발레단서 초고속 승진, 亞 최초 제1무용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5일(현지시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박세은(29)은 노력과 끈기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피라미드 정점까지 이른 인물이다.

그는 349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아시아 무용수로는 최초로 제1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ere danseuse) 자리까지 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어린 시절 발레 영재로 이름을 떨쳤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두각을 드러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했다.

2007년 로잔 콩쿠르에서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세 곳을 휩쓸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학생 시절 강도 높은 훈련량 때문에 그에게 붙은 별명이 '빡세은'이다.

로잔 콩쿠르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컴퍼니(ABTⅡ)에서 1년여간 연수를 받았고 귀국 후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파리오페라발레에 진출한 이후에는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뿌렸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2012년 6월 한국 발레리나로는 최초(한국인으로는 발레리노 김용걸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발레단의 정단원으로 발탁됐다.

그로부터 6개월 만인 2013년 1월 '코리페'(군무의 선두·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를 구분하는 다섯 등급 중 네 번째)로 승급한 데 이어 1년도 안 돼 '쉬제'(솔리스트급·세 번째 등급)로 승급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말에는 '라 수르스(La Source·샘)'에서 '나일라' 역할로 첫 주역 데뷔를 했고 2016년 제1무용수로 번역될 수 있는 '프르미에르 당쇠즈'로 올라섰다.

순혈주의가 강하고 엄격한 심사제도에 따른 서열주의가 강한 이 발레단에서 그가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역시 특유의 집념과 끈기였다.

2015년 연습 도중 파트너의 구두 굽에 이마가 찢어져 6㎝를 꿰매는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2주 쉬고 피부색 테이프를 붙인 뒤 공연을 한 일화도 있다.

그는 지난 3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것을 잘한다"며 "역할이 오지 않아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파리에 7년째 살고 있지만, 발레 생각만 하다 보니 에펠탑에도 한번 못 올라 가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된 테크닉, 다양한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력이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브누아 드 라 당스'까지 거머쥔 그가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최고 수석·첫 번째 등급) 승급까지 이뤄낼지도 관심사다.

프르미에르 당쇠즈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 에투알은 예술감독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 아직 프랑스인이 아닌 에투알은 나온 바 없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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