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제7회 지방동시선거가 10일도 남지 않았다. 여러 직위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유세가 뜨겁다. 거리는 현수막으로 넘쳐나고 정보 매체마다 주장과 약속들이 넘쳐 난다.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후보자들을 잘 살펴봐야 할 때다.

'거짓말'을 검색어로 하여 웹 서핑을 즐기던 중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다.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 강의를 하고 있는 남태현 교수가 쓴 '정치인의 거짓말'이라는 글이다. 남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한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라는 뉴욕타임즈의 컬럼을 소개했다. 신문 컬럼에서 2007년 이래의 대선후보들의 거짓과 진실을 도표로 비교했는데, 벤 칼슨과 도날드 트럼프는 거의 입만 열면 거짓말(각각 84%·76%)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트럼프는 뻔히 거짓말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인종 차별 발언을 뻔뻔히 해도 그 지지율이 떨어질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 중하위층 백인 남성의 분노'라고 지적했다. '유색인종이 싫은데 흑인 대통령이 나오고, 테러에 화가 나는데 정부는 처들어갈 생각은 안하고, 자기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은데, 정부는 돈을 펑펑 쓰는 것 같고…. 트럼프란 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쏟아내니 신난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일단 속이 시원하니까'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특정집단을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함으로써 통쾌함을 준다면 정치지도자가 할 소리는 아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당장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그런 정치인을 경계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귀결됐다. 모든 여론조사 기관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뽑혀 현재 미국을 이끌고 있다. 그 많던 트럼프 지지층은 왜 진작 드러나지 않았을까? 왜 여론조사에 응하여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데 어느 데이터 과학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미 의사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대선 레이스 동안 'nigger'(깜둥이)라는 흑인 비하 단어가 충격적으로 높은 검색 빈도를 보였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지지자들이 사실은 인종차별적 검색을 즐겨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 대선은 백인 중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민의 광범위한 불만과 불안,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주장이 옳다거나 바람직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심리를 대변하였기 때문에 당선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국내외에서 부딪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볼 때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지지할 수만은 없다. 그가 과연 국격을 높이고 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괜히 먼 나라 이야기를 했다. 우리 자신의 삶과 직접적 연관을 가진 지방 선거가 목전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저마다 현실을 진단하고 대책을 내세우며 약속을 내걸고 있다. 이들이 혹 거짓 현실과 거짓 대책, 거짓 미래를 제시하는 건 아닌지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말은 사물 자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거짓말이 가능하다. 하지만 말을 현실에 비춰보고, 논리를 짚어보며, 삶을 살펴본다면 거짓을 쉬 가려낼 수 있다.

모든 나라는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했다. 이번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수준을 높여 진실되고 능력있는 지도자를 뽑았으면 좋겠다.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후보, 그럴 듯한 이미지로 무지와 무능을 감추는 후보를 골라내는 일도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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