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최희진 ETRI 융합기술상용화실 기술원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인간 고유영역일 것만 같던 바둑마저 기계가 정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의 도래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무인매장 서비스인 아마존 고(Amazon Go)의 론칭으로 미국 내 약 230만 캐셔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만 같다.

기계학습이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사람이 직접 모델을 설계하지 않고도, 다량의 예제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학습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꽃 사진을 기계학습 모듈에 입력하여 해석하도록 한다. 이후 기대하는 정답 라벨인 '꽃'으로 해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류에 상응하는 '패널티'를 부여한다. 기계가 스스로 주어진 정답 라벨에 점점 근접하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이다.

기계학습 기술 중에서도 최근에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기술이 많이 활용되는 추세다. 사람의 사고방식(신경망)을 모사한 기술인만큼, 기계학습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간이 사회와 소통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기계학습에 이용되는 입력 데이터와 정답 라벨들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이를 대하는 사회적 통념과 닮아 있다. 우리는 사건들을 각자의 관점을 통해 관찰하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추구하는 소위 '올바른 정답'과 다른 경우에는 다양한 방식의 패널티를 부여 하거나, 받기도 한다.

'언플래트닝(Unflattening)' 저자 닉 수재니스는 이런 천편일률적인 사고는 '찾고자 하는 것'만 보게 되는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이로써 입체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입체적 관점이란 올바른 하나의 가치관이나 정답을 위한 사고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하고, 타인과의 시각차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필자가 속한 ETRI 기술사업화 분야는 이러한 입체적 사고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기술사업화는 각기 다른 주체간의 기술이전과 이전된 기술을 통한 가치창출을 위한 일련의 활동 들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고위험 투자영역으로 인식된다. 성공과 실패 극단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기 쉬우며, 실패비용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기술사업화의 성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사상과 협력의 목적을 가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나, 여러 갈래의 생각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여 협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기술 개발자로서의 관점을 고수하고, 기업은 사업가로서의 목적에만 몰두하다보면 사업화 과정 중의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여러 성공 기회를 놓치기 쉽다. 더욱이 정부출연연구원의 기술개발은 사업화를 통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사업화 전문가를 통한 영역간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기술사업화 과정의 다양한 변수와 극단적인 결과에 대한 부담이야말로, 각 주체간의 상이한 가치관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통한 새로운 기회의 발견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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