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왕(周武王)이 은(殷)의 주왕(紂王)을 치고 새로 주조(周朝)을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주의 위령은 멀리 사방의 만이(蠻夷)의 나라에서 미쳐 여러 가지 공물(貢物)이 헌상(獻上) 되어 왔다. 당시 서쪽에 여(旅)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여에서도 오(獒)가 올려져 왔다.

오(獒)란 키가 4척이나 되는 큰 개로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진수(珍獸)였다.

이 선물을 앞에 놓고 무왕은 크게 기뻐했으나 그 때 소공(召公)이 진기한 것에 마음을 빼앗겨 모처럼 이룩한 주왕조의 창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무왕을 간했다고 전하는 말이 서경(書經)의 여오편(旅獒編)에 남아 있다.

“아아, 명왕(明王)이 근신하면 사이(四夷)는 다 내조(來朝)한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일편은 “이목(耳目)에 끌리지 않으면 백번이라도 정(貞)할 수 있고 사람을 농락하면 덕(德)을 잃고 물건을 농락하면 뜻을 잃는다”고 말하고 또한 다음과 같은 말을 있고 있다.

“아아, 왕된 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언제나 덕(德)에 마음 써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고 해서 삼가지 않으면 나중에 커다란 덕(德)도 상처를 입고 잃게 된다”라고 소공은 말한다. 그러면서 모처럼의 주왕조 창업을 위해 애쓴 이제까지의 공적이 단 하나의 오(獒) 때문에 마음을 빼앗기는 그런 행위로 망가져 버리게 되는 것을 간하며 “산을 만들기 구인, 공(功)을 일궤로서 헛되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구인의 인은 8척을 말한 것, 구인이란 그 아홉 배가 되나 극히 높은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산을 쌓을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부지런히 구인의 높이까지 산을 쌓으면서 이제 나머지 한 삼태기의 흙만 가져다 부으면 완성될 때까지 와서, 그 한 삼태기의 흙을 게으르게 한다면 그것은 산을 완성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때까지 산을 쌓기 위해 허비한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구인지공 휴일궤’라는 말의 뜻이다.

오늘에도 이 말은 조그마한 방심으로 대사를 그르치는 것을 간할 때나 나머지 한참이면 하는 데서 실패한 사례를 비유할 때 이 말은 잘 쓰인다. 서경(書經)만이 아니라 기타 고전(古典)에도 이 말은 자주 나온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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