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임상병리학과 교수

이번 정부 들어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대입전형 개편문제, 논란 끝에 오는 8월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4월에 출범했던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향후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 결정문제, 수시에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문제 그리고 수능평가방법에서의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문제 등 3개를 공론화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 고등학생들의 학습방법과 학습 영역은 일반 인문계 고교의 경우 대입전형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입전형과 고교에서의 학습은 대학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현행 대입제도를 통해 들어오는 학생들을 평가한다면 지금의 대입제도는 학생들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전혀 볼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공론화 역시 지금의 틀을 확 바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희망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들어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이 말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도 1학년 2개 학과에서 대학화학을 담당했던 필자는 대입제도와 고교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필자가 담당했던 학과의 대학 입학성적은 고교 교과성적이나 수능성적이 2~3등급대로 우리 대학 뿐 아니라 중부권 지역대학에서는 상위권 성적에 해당되는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필자가 담당한 학과들은 기초과목으로 화학, 생물학 등의 대학 과학 교과목을 이수하게 돼 있는데, 이들 학생들의 학문적 바탕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과 대입전형의 허점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교교육과정에서 화학2의 과정을 이수 했으나 어떤 대학에 원서를 쓰든 화학2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기에 화학2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능에서 화학2나 물리2를 시험 치르는 학생의 비율은 수능 전체 응시 대상자 59만명의 1%가 채 되지 않는 4000여명 정도이다. 엄연히 고교교육과정에서 개설되는 과학2 교과목을 교육하지도 않고 학생들은 그 시간에 수능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것이 학생들이 전하는 고교교육의 현실이다. 그 학생들은 고교재학 시절 과학2 교과목을 공부하지 않은 것을 지금에 와서 후회한다고도 한다. 이 현상을 만든 것은 많은 부분 우리나라 교육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대입제도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다. 향후 20년 안에 현존하는 직업의 50% 이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는 곧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학문영역별 지식의 체계를 바탕으로 설립된 학과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미 미국의 하버드나 브라운대학과 같은 유명 전통의 사립대학에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자율전공, 개별전공 혹은 특별전공 등을 스스로 설계·이수함으로써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변치 않는 것은 기초교과목이다. 아무리 새로운 영역의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문명을 세우고 이끌어 왔던 기초교과목의 정상적인 이수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학습할 수 없다.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기대하는 것은 정상적인 고교교육을 학생들이 이수하고 대학에 진할 수 있도록 고교교육과정을 이끌 수 있는 전형안이 나왔으면 바람이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주 기본적인 희망사항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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