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400회 맞아…"음악과 이야기 함께해 장점"
"폐지설 돌자 일선 PD들 반대…아이돌 출연? 음악산업 흐름 반영"

'유스케' 유희열 "난 음악 큐레이터, 조용필 초대하고 싶어"

'유희열의 스케치북' 400회 맞아…"음악과 이야기 함께해 장점"

"폐지설 돌자 일선 PD들 반대…아이돌 출연? 음악산업 흐름 반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렇게 오래 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음악을 어떻게 소개할지가 항상 첫 번째 고민이죠."

2009년 4월 시작한 KBS의 간판 심야 음악 소개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2일 400회를 맞는다. 최근 400회 녹화를 앞둔 이 프로그램 진행자 유희열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400회까지 오게 된 이유는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라, '스케치북' 전에도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전신 프로그램이 많았고 전 이 시기에 하는 것뿐이고요."

1991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출발한 KBS 음악 전문 프로그램은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에 이어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유희열은 '유희열의 스케치북'만의 장점을 뮤지션의 음악과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공연하듯이 보여주고 이야기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만큼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한다. 재미있게 하려고 하지만 음악을 어떻게 소개할지가 언제나 첫 번째 고민이다"며 "큐레이터로서 뮤지션을 손님으로 모시고 매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폐지설도 있었지만, 일선에 계시는 담당 PD가 모두 반대했다. 그게 참 감사하다"며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400회까지 진행하면서 매회, 매 순간이 특별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0회 '더 뮤지션' 특집이다. 유희열도 연주자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수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주인공이었던 특집이었어요. 막내 연주자가 기타리스트 함춘호 선배였고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선배도 나오셨죠. 심 선배는 은퇴하시고 '연주할 자신이 없다'며 악기를 판 상태였는데, 연락 드렸더니 그 악기를 다시 수소문해서 갖고 오셨어요. '이렇게 젊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다시 연주해야겠다'고 하시면서 우셨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TV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가수들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도 토이로서 이 프로그램 전신인 '이문세쇼'를 통해 TV에 처음 나왔어요. 저처럼 이 프로그램이 첫 번째 TV 출연인 뮤지션이 많아요. TV를 어색해하고 두려워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나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시청자들이 자신들을 반겨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죠. 뮤지션으로서 이 프로그램이 제가 진행을 그만둔 이후에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아이돌 그룹이 얼굴을 비치는 일도 많아졌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데, 유희열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가요 산업은 아이돌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힙합, 가요 군으로 나눌 수 있다. 아이돌이 못 나오게 역차별한다면 지금 가요 산업의 흐름에 반 정도 눈을 가리고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스케치북'이 대한민국 가요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은 바뀌었고 아이돌이 대한민국 가요계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정상 쾌거에 대해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스케치북'이 아이돌의 여러 홍보활동 중 하나로 느껴진다면 되도록 출연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희열의 레이블 안테나 소속 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저희 가수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죠.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자릅니다. 안테나 설립 후 음악 하는 선배로서는 잘하고 있는데 대표로서는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웃음)

가장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는 고민 없이 조용필을 꼽았다.

유희열은 "늘 러브콜을 보내지만, 너무 쑥스러워하신다.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조용필 선배님이 출연하시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음악을 소개하는 '큐레이터'라고 계속 강조한 유희열은 언젠가는 라디오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예전에 라디오 진행을 오래 했는데 그때 라디오가 음악 활동과 다를 바 없다고 얘기했어요. 지금은 제가 TV라는 매체로 옮겨서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거죠. 말년에는 라디오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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