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정은이 체중 20㎏
생후 두달만에 ‘심장이상’
수술중 마취 부작용 심각
엄마 “건강한 삶 못준 죄…”

초등학교 6학년인 정은(13·가명)이는 117㎝에 체중이 20㎏이 조금 넘는다. 정은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심장병 판정을 받고 그 조그만 몸으로 성인도 받기 힘든 대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이유는 원인미상의 염색체 손상.

엄마 전 씨(43)는 첫째 지은(13·가명)이를 건강하게 낳았고, 정은이 역시 기형아 판정 등 검사 상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회상했다. 태어난 지 두달 된 정은이를 모유 수유 하던 여느 평범한 날, 아기가 갑자기 사레에 걸리더니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보건소에 데려갔지만 청진을 하던 의사는 심장에 잡음이 들린다며 대학병원으로 보냈다.

정은이가 병원에 발을 딛게 된 때는 바로 그때부터다. 심장에 무려 네 가지 이상의 문제가 발견됐다. 심장에 구멍이 네개가 뚫려있는가 하면 평균보다 세배 이상 크기가 커져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5월 어느 볕 좋은 봄날 태어난 정은이는 두 달만에 엄마 품에서 벗어나 차가운 수술대에 눕게 됐다.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돌아온 정은이의 상태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폐에 물이 차 일반 성인이 20㎏가량 살이 찐 만큼의 상태로 온몸이 부어 있었다. 곧바로 몸에 물기를 빼는 복막 투석이 이뤄졌고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마취에서 깬 정은이의 눈 초점이 양쪽으로 멀어졌다. 경기를 심하게 일으키며 뇌출혈이 발생했고 뇌병변이 동반된 것이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신생아에게 장시간의 마취는 ‘독’이었다. 병원에서 조차 최악의 케이스로 남은 정은이는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나갈 수 없었다.

엄마는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온 몸에 수술자국과 삽입했던 관 자국이 남아있는 정은이를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녹아내린다.

엄마 전 씨는 “콧줄, 목줄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팔뚝만한 아기 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혀 지지가 않는다”며 “다른 건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정은이가 최대한 오랫동안 가족들의 곁에 머물러 주기만을 매일 매일을 간절히 기도할 뿐”이라고 의연히 말했다. 이어 “건강한 삶을 주지 못한 엄마라는 무거운 죄를 달게 받는 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정은이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8일 1면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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