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2010년 가을.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지사 취임 후 처음으로 경남 진주에서 열린 제91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을 다녀왔다. 당시 인구 33만여명이던 진주에는 최대 3만여명을 수용하는 육상 1종 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 인라인경기장이 신축돼 있었다. 건설비용은 약 1800억원.

청주·청원 통합 전 청주시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진주시에 만들어진 종합운동장에 이 지사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전국체전이 끝난 후 종합스포츠콤플렉스 건립을 추진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충북도와 청주시·청원군이 공동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부지까지 거론됐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건립비가 발목을 잡았다.

그 뒤로 8년이 지났다. 충북은 지난해 제98회 전국체육대회와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운영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제2도시인 충주시가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의 주개최지가 되면서 충북은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육상 1종 공인경기장은 갖추게 됐다. 하지만 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은 여전히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의 종합운동장 및 부속시설은 여전히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합 후 인구 85만에 다다르며 수도권 외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2위의 대도시가 됐지만 청주 종합운동장과 부속 시설은 다른 도의 제2, 제3 도시보다 나을게 없다. 이 지사의 지시가 내려진지 8년이 지났지만 부지매입이나 설계 등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12일 뒤 치러질 6·13 지방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도지사 및 청주시장에 당선될지 모르지만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후보들의 공약에도 종합스포츠콤플렉스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종합스포츠콤플렉스 조성을 위한 계획은 나와있다. 청주시는 용역을 통해 종합스포츠콤플렉스 조성사업 계획안을 만들었다. 계획은 막대한 예산부담을 고려해 1·2단계로 나눠져 있다. 15년간 63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단계 종합경기장·보조경기장·다목적체육관, 2단계 돔야구장, 생활야구장 5면을 짓겠다는 복안이다. 수영장 등이 빠져있으니 아마도 향후 건설과정에서 건축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충북 체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 재설정과 함께 체육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종합스포츠콤플렉스 조성기간이 15년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충북에서 전국체전은 2004년 이후 13년만인 2017년 개최됐다. 전국 17개 시·도가 돌아가며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을 개최하고 있지만 충북의 사례에서 보듯 다음 개최년도가 꼭 17년이 걸리지는 않는다. 즉,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국내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 중계를 보며 열악한 청주야구장의 시설에 대한 지적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은 그만했으면 한다. 육상 기준에 맞췄다가 다시 축구 기준에 맞추느라 종합운동장을 뜯어 고치는 촌극도 보고 싶지 않다.

도시에는 도시에 맞는 인프라가 갖춰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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