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내달부터 300인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건설업체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지난 2월 국회 통과)이 시행된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최저임금 확대, 월간 8일 이상 근무자에 대한 국민연금가입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과 함께 건설업계에도 대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연장근로 제한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연장근로 제한으로 52시간 초과근로 시간은 다른 근로자로 대체하기 때문에 고용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관점에서 전망하지만, 현재 근로시간 초과 근로자 중에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가 많아 취약계층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의 경우에도 사무직보다는 현장인력의 소득감소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도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수준이 조정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 소득보전 요구가 뒤따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 소득보전 비용을 건설업체가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사기간 증가로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남는 자투리 시간을 기계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기를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건설공사의 특성상 연속적인 공사 진행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대체인력이 새로 투입되는데 따른 전환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 적용이 보편화돼 있어 제 수당을 일당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 관행인데, 포괄임금제 적용이 금지될 경우 제 수당 증가로 인건비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 하도급업체에 증가하는 공사비를 전가하는 불공정행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건설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설업의 특수 상황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건설현장은 이미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작업을 요구하는 노조로 인해 홍역을 앓았고 설상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더해져 많은 현장은 새로운 스케줄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기간은 곧 돈이다. 공공공사에서 공기를 못 맞추면 징벌적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현장에서 공기 맞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에 쫒긴 현장은 야간·주말에도 작업을 강행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기에 쫓긴 공사는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만 기다리고 있다. 물론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건설업체 몫이다.

괴테는 ‘첫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자리가 없다’고 했다. 결국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첫 단추는 끼웠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두 번째 단추 끼울 구멍도 준비돼 있지 않다. 대 혼란의 건설현장을 추스를 합리적인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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