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파워FM '러브게임' 19년 진행…"인성과 센스 갖춘 반려 만나고파"

박소현 "장수 DJ에겐 특별한 목소리와 인생 콘텐츠"

SBS파워FM '러브게임' 19년 진행…"인성과 센스 갖춘 반려 만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장수하는 프로그램에는 뭔가가 있다. 1999년부터 2007년, 2008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SBS파워FM(107.7㎒) '박소현의 러브게임' 역시 그렇다.

'최화정의 파워타임',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이어 SBS파워FM에서 가장 오래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박소현은 채널이 3년째 청취율 1위(한국리서치)를 기록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최근 서울 목동 SBS에서 만난 박소현(47)은 '러브게임'이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라디오는 생방송이니 TV보다도 소통이 중요하다"며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가 주청취층인데, 특히 솔로인 분들 호응이 좋다. 저 역시 남자친구도 없이 오래 일만 했지만, 저 같은 사람들이 은근히 곳곳에 숨어 있는 모양"이라고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미친 듯이 연애도 해보면서 울고 웃고 에너지를 쏟아봤지만 전 그런 것도 없었어요. 열정을 쏟을 곳이 방송 뿐이었죠. (웃음) 물론 19년간 뭔가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은, 엄청난 육체적 체력과 정신적 체력을 요해요."

그는 그러면서 "김창완, 최화정 DJ도 그렇지만 장수 DJ는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특별한 목소리, 그리고 인생 풍부한 경험이 녹아든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발레를 전공했으나 부상으로 진로를 틀고, 배우를 거쳐 MC 겸 DJ로 거듭난 박소현은 젊은 시절부터 혼자 부딪히고 깨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라디오 역시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어요. 지금이야 제 낮고 나른한듯한 목소리를 좋게 봐주시지만 과거엔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고 무성의하냐'는 얘기도 들었죠. 시대가 바뀌면서 퇴근길에는 '쨍'한 목소리보다 편안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분이 늘었고, 제게는 너무 다행이었어요."

그는 그러면서 "그런 과정을 모두 함께 본 애청자들과는 끈끈한 '동지애'가 있다"며 "애인과 헤어지고 울고불고 사연 보낸 친구들이 결혼해 애까지 낳았다고 연락 올 때는 참 가족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19년간 한결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박소현은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학구파'다.

"라디오는 본령이라 하면 청취자의 사연을 읽고 호응해주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사랑 사연에 관해서는 적절한 조언을 못 해주겠더라고요. 제가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 건 다른 DJ들이 할 수 있으니, 저는 다른 걸 해보자 생각했죠. 허영지 씨와 함께하는 '러브에피소드'는 실제 사랑 사연을 각색해서 드라마화하는 포맷인데, 제 아이디어예요. 대리만족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죠. (웃음)"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해도 아이돌 정보는 빠삭해 '아이돌 알파고'로 불리는 그이기도 한데, 그것 역시 끊임없는 학습 결과라고 했다.

"팀명이 뭔지, 멤버가 누군지, 포지션이 뭔지 모른 채 '헛질문'을 하기 싫었어요. 래퍼한테 노래 해보라고 하면 실례잖아요. 그래서 들고 팠죠. 마침 또 그게 재밌더라고요. 최근 관심 깊게 지켜보는 아이돌요? '(여자)아이들'요." 그는 그러면서 멤버들 이름과 포지션을 줄줄이 나열했다.

박소현은 또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청취환경이 변하는 것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라디오가 주로 국내 팬을 타깃으로 했는데, '고릴라'(SBS 라디오 듣는 프로그램)가 생기면서 한 3~4년 전부터는 세계 각지에서 시차와 상관없이 듣더라.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이런 그도 한 차례 위기가 있었으니, 지난해 갈비뼈를 다쳐 3주간 라디오를 쉴 때다. 하지만 워낙 탄탄한 인맥 덕에 무려 22명의 스타가 십시일반으로 그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박소현은 "19년 방송하며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22명 명단을 적어두고 평생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현은 라디오 외에도 SBS TV '세상에 이런 일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도 꾸준히 진행한다.

그는 "라디오는 저 혼자 즐기는 웰빙 푸드라면, '비디오스타'는 MSG 있는 패스트푸드 같다"며 "사는 데는 둘 다 필요하다. 그래서 둘 다 하는 게 참 재밌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종느와르 M'을 마지막으로 연기는 좀 쉬었지만, 비중과 관계없이 좋은 역할이라면 배우 활동도 하고 싶다"고 왕성한 에너지를 자랑했다.

박소현은 이제는 정말 좋은 '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라디오 청취자들 사연을 듣고 있으면 취업 못한 친구가 벌써 대리급이고 그래요. 그런 걸 보면 저 혼자 옛날 그대로인, 마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같단 생각을 해요. 저도 천송이를 만나고 싶어요. 조건요? 그런 거 보다, 인성과 센스를 갖춘 분요. 그게 제일 어려울까요? (웃음) 그런데 정말 이렇게 변화 없이 살다가 끝날까 봐 걱정돼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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