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문방구(文房具). ‘학용품과 사무용품 등을 파는 곳’을 말한다. 본 뜻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물건’이다. "필통에 연필이 없으니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반드시 연필 사거라", "문방구에 가면 팩스용 ‘잉크’가 있으니 검은색 하나 사와라" 영어로는 ‘stationery store’라 한다. 어찌하여 이런 말이 생겼는가.

중국에서 비롯된 말로 문방사우(文房四友), 종이·붓·먹·벼루 등 4 가지 필기도구를 가리킨다. ‘문방’은 옛 문인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재(書齋)를 가리킨다. ‘사우’는 문인들이 글을 쓸 때 필요한 4가지 필기도구다. 문인과 네 가지 필기도구는 불가분의 관계다. 친구처럼 늘 함께 한다고 해 4명의 친구, 사우(四友)라 했다. 문방사보(文房四寶:서재의 4가지 보배) 또는 문방사후(文房四侯:서재의 주인, 문인은 와이고 4가지 필기도구는 제후)라 하기도 한다. ‘사우’는 글씨뿐만의 도구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문인들은 그림과 글씨를 아우른 서화(書畵)에도 능했다. 글씨를 쓴 뒤 주변 여백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그린 뒤 여백에 글씨를 썼다. 아예 글씨보다 전적으로 그림에 치중하기도 했다.

문인들은 붓놀림, 운필(運筆)을 할 때 친구와 우정을 깊게 다지듯 무척이나 정성을 들여 독자적 서풍(書風)을 남겼다. 단순히 글씨와 그림에 의사소통의 수단 못지않게 독자적 예술성을 담아냈다. 중국에서 붓놀림의 행위를 서법(書法), 우리는 서예(書藝)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필은 예술적 감성을 문자로 표현하는 조형예술이며 인격 도야의 한 수단이기도 하다.

‘문방구’는 ‘문방사우’의 ‘문방’과 ‘갖추다 혹은 도구’를 뜻하는 ‘구(具)’가 합해진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물품을 파는 곳은 ‘문방구’가 아닌 ‘문방구점(文房具店)’이 맞다. 언제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가게의 뜻’인 ‘점’을 생략하고 ‘문방구’로 불러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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