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 안무가' 선정…"공감·변화 끌어내고파"

▲ 한국 '1세대 스타 발레리노'에서 안무가로 제2의 발레 인생을 사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합뉴스 DB]
▲ 한국 '1세대 스타 발레리노'에서 안무가로 제2의 발레 인생을 사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합뉴스 DB]
▲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초청 안무가 시리즈'로 선보이는 김용걸댄스씨어터의 '더 타입 B(The type B)' [예술의전당 제공]
▲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초청 안무가 시리즈'로 선보이는 김용걸댄스씨어터의 '더 타입 B(The type B)' [예술의전당 제공]
안무가로 우뚝선 발레리노 김용걸 "제 민낯 무대 위에"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 안무가' 선정…"공감·변화 끌어내고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1990년대 후반 한국발레 르네상스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발레리노 김용걸(45)은 어느덧 발레계 중견 안무가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도 '초청 안무가'(5월 31일~6월 1일·CJ토월극장)로 초청됐다. 지금까지 이 축제 모든 회차에 참여한 단체는 그가 이끄는 김용걸댄스씨어터가 유일하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자극하는 것들을 고민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안무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이원국 등과 함께 '1세대 스타 발레리노'로 유명했다. 김지영과 콤비를 이뤄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던 그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동양인 최초 솔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귀국했다.

학생들을 위한 크고 작은 무대를 준비하며 안무 맛을 본 그는 금세 세련되고 신선한 감각을 인정받았다. 발레 동작들의 확장 범위를 보여준 '워크' 시리즈로 초반 주목받았다.

"아직 배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어느덧 한국 발레계를 든든히 지탱하는 중견 중 한 명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발레 축제에 참여한 그는 처음으로 '초청 안무가'로 선정됐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시절 윌리엄 포사이스, 이리 킬리안, 피나 바우슈 등 세계적 안무가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그때 쌓인 경험들이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꾸준한 관심, 음악을 시각화하는 탁월한 능력도 그의 안무 특징으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를 테마로 한 '빛 침묵 그리고…', 사회 고발뉴스처럼 묘사된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등은 한국발레 무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공허한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관객들을 즐겁게 혹은 슬프게 하고 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공감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 공감이나 감정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면 하지 말자는 게 제 신조입니다."

이번 발레 축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더 타입 B(The type B)'. "제 민낯을 무대 위에 올리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제가 전형적인 B형 발레리노거든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잘하고 변덕스러운 데다가 즉흥적인 구석도 많아요. 반면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며 엉뚱한 상상도 잘하죠."

그러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볼 것을 권유한다.

"제가 생각해온 것들, 무대 위에 옮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던 것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에 대한 선입관 등을 무대 위에 꺼내는 작품이죠. 마치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벗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웃음) 그러나 아무도 비난하진 못할 거예요. 바지를 벗으면 누구나 같은 모습이니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노에서 안무가로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연 그는 "무용수와 안무가로 사는 삶 모두가 큰 기쁨"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옷을 더는 못 입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새 옷이 저도 모르게 제 몸에 입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새 옷이 더 좋지도 않고, 그 헌 옷이 그립지도 않습니다. 각각의 기쁨이 그대로 존재합니다. 발레는 정말 제 인생의 모든 것이네요."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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