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나를 길들여줘.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4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사막에서 만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건넨 말이다. 어른이 돼서야 이 말을 공감하면서 읽을수록 깨달음을 주는 책만이 고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자는 4월부터 설렌다. 5월을 곧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감상적으로 보일까.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5월, 한국의 5월은 가장 바쁜 달 중에 하나다.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서 가족과 자주 만나고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 캠퍼스도 중간고사를 마치고 체육제가 열리기 때문에 늘 활기 넘친다.

필자의 5월은 유난히 바쁘게 지나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폴보퀴즈 과정을 위한 ‘폴보퀴즈 조리 실습실’ 개원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회사들과의 MOU 체결식, 전국에서 온 25명의 대학총장과 함께한 회담에 참석한 후에는 계룡대에 방문해 군 지휘관들과 함께 대담을 가졌다. 저출산 시대에 기술적 변화는 빠른 요즘의 상황을 대처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대화를 나눴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소프트스킬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하는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굳건히 하는 기회였다. 이후 방문 중인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관계자와 회담도 해야 했으며 일본 벳푸에 위치한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 대학교를 방해 글로벌 프로그램의 많은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돌아왔다. 인천대 총장님의 초청으로 특강도 했고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직접 방문한 미국공군사관학교와 중국사천대학교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에서 나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5월이 필자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여유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날씨에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나뭇잎들을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 필자의 사무실 앞 정원에는 커다란 백송이 우아하고 당당한 자태로 서있는데 그 주위로 피어나는 꽃들은 자꾸 창밖을 내다보고 싶게 만든다. 소담스럽게 피어난 수국은 또 어떤가. 천진난만한 아이를 만난 것처럼 자꾸 눈길이 머문다. 울타리를 타고 피어나는 장미도 좋았다. 물론 창을 통해 들어오는 5월의 햇살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출퇴근길에 코끝을 스치는 아카시아 꽃향기는 긴장된 마음을 풀어놓기에 아쉬움이 없다. 5월이 주는 생명력과 환하고 밝은 기운덕분에 하루하루 활기차게 살고 있기에 바빠도 바쁜 줄 모르고 사는 요즘이다. 훗날 필자가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의 5월을 무척이나 그리워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5월엔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어놓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다. 여우가 어린왕자에 했던 말을 하나 더 떠올려 본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아름다운 5월, 여러분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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