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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격양

<배를 두드리며 격양놀이를 드높게>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8년 05월 28일 월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8년 05월 27일 18시 49분
그 옛날 성천자(聖天子)로서 이름이 높은 제요(帝堯)때의 이야기다.

요(堯)는 천자로 즉위한 후 계속 마음을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치에 힘써 천하 사람들에게 사모의 정을 두텁게 받고 있었다. 그 후 태평무사인 나날이 쌓이고 쌓여 어느 듯 50년이 지났다.

너무나도 평화스러움에 요(堯)의 마음에는 도리어 일말의 불안이 깃들었다. “도대체 천하는 지금 진정으로 잘 다스려지고 있는 것일까? 백성들은 나를 천자로 받드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일까?”

요(堯)는 그것을 직접 자기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확인해 보고자 생각하고, 어느 날 눈에 띄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몰래 거리로 나섰다. 그리하여 어느 네거리를 지날 때, 한 때의 어린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놀면서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랏님 나랏님/우리들이 이렇게/즐겁고 기운차게 지내는 것은/다 나랏님의 덕택입니다/나랏님 나랏님/우리들이 이렇듯/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나를 나랏님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순진무구한 노래 소리는 요(堯)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흐흠, 그런가. 아이들까지 내 정치를…” 요(堯)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으나, 갑자기 또 다른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하나, 어린 아이들의 노래치고는 다소 지나치는 것이 있지 않은가? 혹은 그 누군가 어른이 그렇게 시킨 것이 아닐까.”

마음속의 불안을 털어 버리듯 요(堯)는 걸음을 재촉해서 더 걸어갔다. 어느덧 거리 끝까지와 닿았다. 무심코 곁을 보니 백발노인 한 사람이 입안에 든 음식을 우물거리면서 격양(擊壤-옛날 중국에서 놀던 유희의 하나)놀이를 하는 데, 배를 두드려 박자를 맞추면서 목쉰 소리로 속삭이듯, 그러나 즐겁게 부르고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요(堯)의 마음은 구석까지 환하게 밝았다. “그렇구나, 이젠 됐다. 백성들이 아무런 불안도 없이 고복(鼓腹), 즉 배를 두드리며 격양(擊壤)놀이도 드높게 자기들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정치가 잘 되어가고 있는 증거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궁전으로 돌아가는 요(堯)의 발걸음은 가볍고도 들떠 있었다. 나라의 안녕 속에 고복격양(鼓腹擊壤)의 노래 소리가 오래오래 지속되도록 해보자.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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