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웅씨 을지병원서 희귀병 고쳐

"이제 하늘을 맘껏 볼 수 있습니다."

한광웅(63)씨는 고개를 들어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흘러내릴 만큼 새파란 겨울 하늘을 쳐다봤다. 예나 지금이나 푸르른 건 그대로일텐데 한씨에게는 여간 낯선 것이 아니다.

지난 35년여 동안 한씨의 인생을 망쳐온 굽은 허리를 펴고, 연신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지난 세월의 회한이 스쳐갔다.

20대 후반, 당시에는 고칠 수 없었던 '강직성 척추염'으로 판명된 한씨는 90년대 후반 개발된 수술법으로 지난해 7월 을지대병원에서 마침내 35년의 굽은 허리를 펴게 됐다.

충북 진천의 이름난 부농 집안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한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 허리를 다친 게 후일 불행의 씨앗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대 후반 어느날 엉덩이뼈 부근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허리가 눈에 띄게 곱아들었다. 진단결과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우리 몸을 받치고 있는 골반 관절과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척추염이 지속되면서 척추의 연결 부위가 점차 굳어져 대나무처럼 되어 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한씨는 술로 달래면서 병세는 점점 악화돼 결국 마흔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80살 먹은 노인보다도 더 구부정해져 머리는 땅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굽은 허리로 결혼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직장은 물론 형제들도 하나 둘 그를 잊어갔다. 종교단체와 요양원을 떠돌며 35년여 동안 세월을 보냈던 한씨는 을지대병원에서 '척추경을 통한 쐐기형 절골술'을 통해 마침내 허리를 폈다.

이 수술을 집도한 김환정 교수는 "좀 더 일찍 수술을 받았다면 완전한 치유가 가능했겠지만, 오랜 기간 강직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도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며 살짝 굽어 있는 어깨 부분을 아쉬워했다.

수술을 받은 지 어언 7개월. 경과를 보기 위해 매달 한번씩 병원에 들르곤 하는 한씨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놀라운 변화가 '기적'이 아닌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씨는 "남은 여생을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하늘을 향해 싱그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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