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활병원의 눈물]
강원서 대전까지 찾아왔지만 
대기자 많아 사설재활센터로
요양병원 시설서 치료 받기도 경제적 부담에 가정불화까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가진 건우가 6살에서 11살이 된 현재까지 그토록 염원했던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은 설립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우를 비롯한 장애아동 가족들에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약속했었지만 아직 제대로된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장애아동 가족 상당수가 여전히 치료시설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이른바 ‘재활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사단법인 토닥토닥 주최로 대전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우 엄마 이은미 씨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운동을 시작할 때 6살이던 건우의 나이가 이제 11살이 됐다”며 “초등학교를 즐겁게 다녀야할 나이에 아프다는 이유로 재활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딸려있는 시설 공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지를 움직이거나 물도 입으로 마시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건우에게 병원은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수년 전 임신한 몸으로도 아이를 치료할 병원을 찾아 타지를 떠돌아야 했던 건우 엄마였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치료중단과 대기의 현실을 겪고 있다.

그는 “아들을 볼때마다 부모로서 미안하고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대체 언제야 제대로된 환경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는 여건이 만들어지냐”고 울먹였다.

중증장애를 가진 5살 하늘이네 가족도 살얼음 위를 걷는 듯 위태롭다. 강원도에서 치료받을 곳이 없어 대전까지 찾아왔지만 그나마도 일반병원은 대기자가 많아 사설재활센터에 맡기고 있다.

아이 치료때문에 수년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경제적인 부담도 늘어나면서 화목했던 가정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하늘이 엄마 안정순 씨는 “병원에 물어보면 외래진료는 늘 대기자가 많아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며 “시기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아이가 커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치료여건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애아를 낳고 싶어서 낳는 부모가 누가 있겠나. 매일이 힘들어 가정은 파탄위기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뇌병변 장애아동을 둔 준호 엄마 김지현 씨도 “단순히 치료 일정을 바꾸려도 해도 중단하게 되면 다시 못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몇날 며칠을 밤잠 못잘 정도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아동을 둔 엄마들의 고민이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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